삶의 긴 여정, 징검다리를 건너며...|
삶의 여정은 징검다리의 연속이라는 생각이다.
얕은 물에 놓여진 돌을 지날 때는 달려도 보지만
깊은 물에 놓여진 곳에서는 행여 빠질세라 몸조심이다.
놓여진 돌 모양도 제 각각이다.
둥근 돌, 모난 돌, 딛기 힘든 돌, 편한 돌 등 정말 가지각색이다.
어린 시절에는 감수성이 버드나무 이파리처럼 나부낀다.
상상력은 또 우주 끝에서 맴돈다.
이 또한 삶의 여정 중에 한번쯤은 뛰어 넘어야 하는
징검다리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 시절에는 끝없는 상상력에 예민한 감수성까지 뒤엉켰으니
잠 못 이루는 밤이 참으로 많았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온갖 구실이 잠을 쫓는다.
심지어는 바람에 휘날리는 나무닢 소리가 요란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면
나무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었다.
빗소리가 요란했던 양철지붕도 마찬가지였다.
창 밖의 냇물소리, 풀벌레 소리도 똑 같은 이유로 귀를 막은 일이 있다.
먼 동이 틀 무렵에야 잠을 잤는지, 안 잤는지도 모른 채
학교 갈 채비를 해야만 했다.
반 백 년을 넘어 회갑의 나이인 지금 나는 또 다른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소나기 내리는 소리를 내면서 스쳐 지나가는 나뭇잎 소리,
바람소리를 친구 삼아 잠이 든다.
냇물소리와 풀벌래 우는 소리가 없다면 잠을 이루지 못할 것만 같다.
길게 늘어선 비닐하우스 위로 굵은 소나기가 내리는 밤은
모처럼 물방울들이 두드려대는 난타 북소리를 즐기며
나도 모르게 아침을 맞는다.
빨간 모자를 쓰고 알통을 출렁이며 해변에서 마라톤 연습하는 시간도
미소를 머금고 잠들 수 있는 징검다리다.
지금은 바닷가 방파제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큰 물고기가 잡히기를 내심 기다리고 있다.
얼마쯤, 아니 오랫동안 이 징검다리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