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생이 너무 많아요
헬스클럽 사범이 어느 날 투덜거리며 얼굴이 달아 올라 있었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요즘은 선생이 너무 많다”는 한마디를 던지고 말문을 굳게 닫았다.
무슨 말인지, 어떤 의미인지 그 느낌이 빠르게 와 닿았다.
붉게 달아 올랐던 얼굴이 평소의 모습을 찾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요즘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배우는 것은 주저하면서, 아니 죽어라 듣지도 않으면서 남을 가리키려고 하는 데는 선수라니까요? 특히 아줌마 아저씨들은 고래등심처럼 굳건하시죠.”
말미에는 씁쓰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야기인 즉은 이랬다. 운동방법이나 바른 자세를 아무리 가리켜 주어도 따라 하기는커녕 편한대로 고집만 피운다는 것이다. 그러다 혹 부상이라도 입으면 그 때는 또 뒤편에서 트레이너 탓만 해댄다는 것이 그의 씁쓸한 웃음 속에 섞여 나온 푸념이다.
“나만 참고 지내면 되니까 그 것도 좋아요. 하지만 정말 참기가 힘든 것은 제가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아는 척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지도하려 드는 데는 정말 미치겠더라니까요.”
그 고충이 이해가 갔다. 경험 많은 전문 트레이너로서 그 마음 고생은 형언키 어려웠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본격적인 정보화 시대를 맞아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핵폭탄 제조기술까지도 일반에게 유포되고 있다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하물며 신체 부위별 운동방법쯤의 정보는 인터넷 서핑을 통해 쉽사리 공유할 수가 있다. 때문에 “선생”이 많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운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이 그런지도 모른다.
풀코스 몇 번의 완주는 정말 대단한 일이지만 그 때쯤이면 마라톤 전도(?)를 빌미로 “사제지간”을 강요하기에 이르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물론 반쯤은 농담이려니 하지만 스승으로서 깎듯한 예우를 은근히 강요하는 모습이다.
누군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똘똘한 “홍길동” 같은 제자 여럿을 거느렸으면 하는 마음이 없겠는가. 또 어느 정도 농담을 빌미로 없는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스승인척 짐짓 거드름을 한껏 피워 볼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운동이라는 것은 정보, 세상의 모든 전문분야가 마찬가지지만 지식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실기라는 경험적 기술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사회 체육 각 부문에서 박봉에도 불구하고 봉사하고 있는 전문트레이너들의 위상이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천사로서 공고하게 자리매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