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예방전문진화대 (1)-산불 현장르뽀
신정이 지났다. 곧이어 설과 정월대보름이 이어지고 봄에는 청명, 한식도 이어진다.
남들이 여유로울 때 더욱 긴장하는 사람들-. 성묘객 실화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봄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맞는 명절은 산림관련 삼림청 공무원들은 물론 산불전문진화대
사람들에게 무거운 긴장감을 던진다. 이들은 늘 장비를 준비하고 챙기며 비상시를 대비한다.
다음은 산불발생 현황을 분석해 보면서 산불을 육탄으로 진압하는
산불전문진화대 이야기를 간추린다. 그 첫번째 산불현장 이야기다.
별안간 조용한 산골이 시끄럽다.
싸이렌 소리와 함께 소방차가 앞서간다. 줄줄이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 이를 지켜본 산골주민들도 곧바로 일손을 놓고 괭이, 삽, 갈퀴 등 손에 잡히는 대로 연장 하나씩 들고 그들과 함께 산불난 곳을 향해 달려간다.
주민들이 꼬리를 물고 산불이 난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현장대책본부에서 흘러나오는 무전기 소리가 요란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산불장소에 도착해 진화에 안간힘을 쏟는다. 주민들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누가 말하지 않아도 대책본부의 지시에 따라 일사 분란하게 움직인다. 솔밭을 따라 거대한 불기둥이 솟고 화산 폭발을 연상시키는 연기기둥이 하늘로 솟구친다.
공중에서는 소방 헬기 소리가 요란하다. 언제 도착했는지 거대한 물줄기를 내품으며 큰 위력을 발휘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큰 불기둥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불길이 서서히 잡혀간다. 두 시간 남짓, 아니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정확히 모른다. 진화에 나선 모든 사람들의 얼굴과 옷에 온 통 특공대 위장크림 바르듯 땀과 숯 검댕이가 진득하게 섞여졌을 때 쯤일까 화마는 서서히 꼬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큰 불기둥은 보이지 않지만 연막탄을 터트린 것처럼 소나무 타는 냄새와 더불어 연기가 자욱하다. 사람들은 비로서 이마의 땀을 손으로 훔친다. 이 때는 모든 사람이 산불진화 특공대다. 이들의 얼굴에는 위장크림의 검정색이 땀과 뒤섞여 더욱 진득해진다. 탄광의 광부처럼...
다행이 불길은 잡혔다. 누군가의 입에서 "철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 저기 연기가 피어 오르는 상태라 주민들은 믿기지 않는 듯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감세"하며 철수를 시작한다.
그러나 일연의 한 그룹은 남아서 계속 연기 나는 곳을 찾아 다니며 잔불을 정리한다.
철수하는 주민들의 표정은 불이 잡혀 다행스러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두운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 소득을 올려주는데 짭짤했던 송이 산이 산불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주민들이 내려오며 서운한 듯 산불 난 곳을 뒤돌아 보며 말을 나눈다.
"몇년이 걸려야 복구가 될까?"
"한30년?"
"뭐시레? 누가 그러는데 50년은 걸린다카는데..영영 송이가 안날지도 모르고...."
화인이 밝혀졌다.
봄철 본격적인 사과농사를 앞두고 전정을 하다가 손이 시려 불이 잘 붙는 사과나무 가지로 모닥불을 피웠는데 별안간 강풍이 불어 산불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 글은 필자가 경북봉화 물야면에서 산불이 났을 때 주민들 속에 섞여 함께 진화작업 하던 때를 상기해서 재구성한 것이다. (다음에 계속)
글 : 알통 http://blog.daum.net/dumj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