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함께 춤을/시놀이

송구영신 랩송

알통가재 2013. 1. 12. 12:44

 

 

 

 

가는 세월 유수같다 했거늘
이 세상은 속절없이 떠내려가는
쪽박이요
무참히 씻기는 찌그러진 냄비쪼각

나 잘났다 너 못났다 영웅호걸 절세미인
아무리 설쳐대도

찌그러진 냄비속 쪽박속 가냘픈 떨림일뿐

세월의 도도한 흐름 속에 대책없이 설거지 되면
흔적없이 사라지고

아우슈비츠는 차라리 대형 설거지통이었던가
통탄키 그지 없고나

하루 해를 넘기며 설거지통 바라보니
아직도 씻기지 않은 이름 석자
쏟아지는 안도의 긴 한숨
찌그러진 냄비속에 가득 하구나

연말연시 시끌법석
그것은 차라리 설거지 안된 사람들의
안도의 아우성

쩐(錢)! 쩐! 쩐!
아무리 쩐이 귀신까지 잡는다 해도  
쩐無쩐有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 설거지에는
옷깃이 여며지기도 하지만
세월의 그 흉포함은 야차와 같고
조폭은 조족지혈 똥마린 여인네 국거리 썰듯
어설픈 난도질 피할 길이 없고나

사람의 얼굴이 구멍가게의 찐빵 호빵이더냐
푸줏간 물통에 마구 던져진황소의 주름진 밥통이더냐
철부지가 찌끄려대는 스케치북이더냐
이마빡에 한줄 두줄 여러줄을 난도질
설거지 시그널을 보내더니
이제는 변사또 기생 점고하듯 흰 붓까지 휘둘러서
머리털을 하얗게 칠하는구나  턱밑 수염까지 하얀점을 찍고
아무리 법의 지엄함이 땅에 떨어졌다한들
성추행죄도 모르더냐
바지가랭이까지 강제로 벗겨내려
은밀한곳마져 흰칠하려 덤비는고나

안된다
아니 된다!

이곳만은 아니된다.
도도한 너의 면전에서
살아있는 인간이기를 바라는 마지막 자존심
너의 비정함과 너의 냉정함이 짬뽕돼
된서리가 곱빼기로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칠해져도
이곳만은 독야먹먹
이곳만은 독야흑흑 시커멓게 지켜가리

아 서럽다 서러워

가는 세월 너 모가지가 있어야 올가매지
무자비한 너 사지가 있어야 틀어 잡지
야차 같은 너허리띠라도 있어야 졸라잡지

송구영신 때되면 흔하게 볼 수 있다는
너의 대미 그 크나 큰 꼬리는 오간데 없고
눈을 까뒤집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구나
석양에 길게 늘어진다는 너의 꼬리 여럿이 힘모아 부둥켜 잡으려
마지막으로 별렀건만 그 마저 허탕이라

아 서럽다 서러워 내 어찌 냄비속 삐에로로 태어나
세월의 설거지를 이다지도 조바심으로 기다려야 하는고

차라리 깊은 산속 바위로 태어났더라면.
석수쟁이 정을 맞더라도 한점 부스러기는 남기련만
모질고 비정한 세월이란 놈
이 놈을 피할곳은 이세상 어디에도 없고나
오직 한 곳뿐
야차같은 놈 그놈의 손아귀를 벗어나
피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그 곳 무릉도원뿐이고나

그래 떠나자 무릉도원을 찾아 떠나자
부지런히 찾아가자
이누구, 윤누구, 박누구, 전누구,

노누구, 학시리누구, 김누구, 노누구,이 누구
이들이 먼저 찾기전에 내가 먼저 찾아가자
찌그러진 냄비속을 뛰쳐나와 시간과 세월이 멈췄다는
향그런 복사골을 찾아가자

오는 사람 딴지 안 걸고 가는 사람 붙들지 않는다던
전설의 별천지 이어도를 찾아 가자
세상살이 고달프다 싶으면 무릉도원이 더욱 아른 아른

도연명이 도화원기에서 지어낸
새빨간 거짓말인줄  뻔히 알면서도
세월의 흉포함에 혹시나 여기 저기를 찾아 살핀다.

배를 타고 살피고
비행기 타고 살피고
로케트 타고
달나라에 가서 살피고

천하명필 안평대군조차 꿈에서만 보았다고
절세고수화가 안견에게 꿈이야기 들려주고
그림 한폭 당부했으니 이름하여 몽유도원도라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제나라 품을 떠나
지금은 왜나라에서 애지중지 아끼는 보물이 됐구나.
어찌됐든 안평도 흡족했는지 글 한자락을 남겼는데

어떤이는 말했다. 알통같은 필부는
무릉도원 택도 없으니 꿈도 꾸지 말라는 말

그러나 눈꼽만큼도 섭할 것이 없다.
안평의 저작권을 마구마구 짖밟아 몽유도원기의
한자락을 과감히 컨닝을 해보면

안평은 그 글에서 "나는 평소 함께 시를 쓰던

박팽년, 최항, 신숙주 등과 절경을 둘러보고
즐거워 하는중에 홀연히 꿈에서 깨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토로

오죽했을려고 그 맘을 알고 말고
눈치 빠른 투기꾼들 벌써부터 두 눈 빛이 다르고나
무릉도원이 코앞이라 하니 엉덩이를 들먹들먹
보나마나 새치기를 벼르면서 딱지장사를 꿈꾸는구나

그래 맞다 맞아 바로 그것이야
시를 쓰든 달리기를 하든 도둑질을 하든
방귀를 뀌든 똥질을 하든
전봇대로 이를 쑤시든

마음에 맞는 벗, 뱃짱이 맞는 사람
뜻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입을 맞대고 1분 1초라도 세상일을 잊고 즐거워 할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시간이 멈춘 곳 무릉도원 이어도라

비참한 말년으로 연민을 더했던  절세의 명필 안평대군-.
언감생심 그와 견줄 마음은 아니지만
그가 꿈속에서 무릉도원을 거닐다 깨난 것을 아쉬워 했다면
알통 같은 필부는 오히려 악몽에 시달릴까
현실에 안도하며 긴 숨을 내쉰다.

가슴을 활짝 열고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코앞이 무릉도원이요 이어도라

허구헌 날 똥구녁 치켜들고 두눈으로 발밑을 찾았으니
보일 리가 만무했고
두눈을 치켜뜨고 허공을 뒤졌으니 잡힐리는 더더욱
왜 이전에는 몰랐는고
별천지 무릉도원 두리번 두리번 눈높이로
찾는 것이 아니요
킁킁킁 코높이로 찾는 것은 더더욱

무릉도원은 가슴높이 마음높이로 찾는 것
마음을 열고 가슴을 맞대면 예가 바로 무릉도원인 것을

세월의 설거지가 대수더냐
석양과 여명은 결코 다르지 않은 것

바라보면 석양이요 마주하면 여명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