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함께 춤을/소설놀이

걔들 모임에는 개망신이 도사리고 있었다. (작은 掌편소설)

알통가재 2013. 1. 15. 07:35

 

 

모임에서 여럿이 함께 못하면 서운하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회의 중 아니면 토의 중에 딴청을 부리는 멤버가 있으면 왠지 까칠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뒤에서는 안보이겠지만 앞에서 모임을 마주하며 회의를 이끌다 보면 다 보이기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회의 중 범이와 현이, 그리고 몇 명이 눈짓에 손짓이며 등 찌르기 등 저희들끼리만의 온갖 수신호로 잡다하다. 아니나 다를까 회의가 끝나자마자 끼리끼리 수군대더니 황급히 사라진다.

다음날에도 이들은 개떼처럼 몰려 다녔다.

기어코 이들에 대한 까칠한 마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 ! 범이 현이 그리고 몇몇 느그 시키들 어제 회의 때 왠 난리야? 그래도 숫자가 많은 너들이 앞장서 나를 도왔어야지?"

그 중 범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한다.

"우린 떠들지 않았어요?"

아차! 그들끼리 나눈 손짓과 발짓이 나에게는 엄청 까칠했는지 시끄럽게 떠든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이다. 그만 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잠시 말을 멈추자 그들도 미안했는지 이번에는 현이가 나선다.

"어제 개띠 모임 번개가 있어서 급히 연락 하느라 그런 거였어요. 미안합니다."

언제나 똘똘 뭉쳐 다니는 그들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 질투심이 어울려 한마디가 내던져졌다.

"야 참! 이거 정말 개시키들이네?"

개시키들이라는 말에 그들은 한결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움을 표시한다. 때를 놓치지 않고 쏴 댔다.

"야 개시키들아! 개덜보고 개라고 하는데 뭐 억울해? 억울한 건 나야 짜샤들아"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반문한다.

"형님이 왜 억울하세요?"

"! 너희 녀석들 정말 몰라도 너무해싸네!"

그들은 말문을 닫은채 내입에서 뭔 말이 튀어 나올 줄 몰라 내 입만 바라본다.

"야 이 개시키들아 나도 갠데 나는 왜 꼭 빼고 왕따시키는거야?"

개라는 말에 더욱 의아한 듯 범이가 대표로 되묻는다.

"형님은 용띠잖아요. 어디 말씀도 안되게시리..."

전혀 뜻밖이라는 듯 말끝을 흐린다.

예상한 질문이라 무표정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증말 서운하다. 너희덜 하고 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그렇게도 몰라?"

말문을 닫고 있는 그들을 하나 하나 둘러보며 큰 소리로 내질렀다.

" 야 이 개시키들아 난 술만 먹으면 갠데 나도 개잖아! 맞아 틀려?"

순간 조용하더니 모두가 웃음을 터트린다.

용띠인 내가 개띠 모임 명예회원이 된 사연이다.

그리고 그 후 개들모임에 초대돼 간 일이 딱 한번 있었다.

정말 가관이었다.

회식에 앞서 일사천리로 이 것 저것 의결에 붙이더니 회장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자 이제 우리 회의가 끝났으니 개처럼 놀자!"

존대말로 회의진행하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난리가 났다. 여자회원들이 더 앞장선다.

" 야 회장 개시키야 내술 한잔 받아라."

" 어 그래 한잔 주라 개뇬아!"

저희들끼리 웃고 떠들고 희희락락 차라리 그 모습들은 아수라장이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범이한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임이 왜 이모양이야?"

능청스런 대답이 메아리 쳤다.

"개형! 개들이 개차반으로 노는데 어때서?"

완전히 하극상도 이런 하극상이 없다. 반말에 개형이라고 부르지를 않나 ... 또 한마디가 귀를 때린다.

이번에는 순서가 바뀌었다.

"형 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처럼 그러지 말고 같이 놀자!"

! 정말 개망신 당했다. 

그 이후 개 모임 명예회원 자격은 계속 유지하면서도 매번 초대는 하지만 모임에는 나가지 않고 있다. 늘 고민중이다. 이 교활한 개덜을 어떻게 혁파해야 할지를 궁리중인 것이다.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평생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우울하다. 난 개를 좋아하지만 내년 여름에는 기필코 보신탕 한 그릇 시켜서 이악물고 물어 뜯어 볼까 고심중이다.

 

글 : 알통  http://blog.daum.net/dumj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