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함께 춤을/산문놀이

히노끼탕과 휴양림

알통가재 2013. 1. 18. 00:47

 

 

"나무를 토막내고 그 냄새가 짙게 난다고 해서 피톤치드로서 효과가 있는 것인가요? 사람으로 치자면 시체냄새라 할 수 있지 않은지요?"

어느 강연회에서 "일본에서 유명한...", "일본에서 제일 비싸게 팔려 나가는..." 등의 언어로 일본산 편백나무를 극찬해서 내게 혼란을 주었던 강연자에게 던진 필자의 질문이었다. 정확한 대답이 듣고 싶었으나 답변자가 얼버무리는 바람에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갔다.

조금은 심술 맞은 질문이다. 아니 어깃장이나 다름없다. 나무를 토막내 포장해서 피톤치드를 판매한다는 등 왜색 풍 짙은 상업주의를 은근히 꼬집으려 했으나 격한 나머지 노골적인 질문을 마구 던졌던 것이다.

필자는 과학적 근거는 차후로 하더라도 숲과 사람이 서로 상생할 때 비로서 숲은 인간에게 유용한 피톤치드를 뿜어 내준다는 믿음을 강하게 갖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식물'을 의미하는 Phyton = Plant(식물) '살균력'을 의미하는 Cide = Killer (살인자)를 합성한 말로 "식물이 분비하는 살균 물질" 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1930년 레닌그라드대학의 B. P. 토킹(Tokin) 교수가 식물이나 나무에서 나오는 냄새 나는 물질이 아메바 등 원생동물과 장티푸스, 이질, 결핵균 등을 죽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같은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피톤치드라고 명명한 이후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비바람에 부러진 가지를 치료하기 위해 피톤치드를 내품는 것이다. 이 피톤치드가 사람에게 해로운 균류를 죽인다고 해서 인간중신의 이기적인 심보로나무에 매달리는 것이 필자가 말하는 왜색풍 짙은 상업주의이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유익함만을 추구하기 위해 나무를 토막 내는 일이 얼마나 이기적인가? 나무 유린이고 나무 학살인 것이다. 과연 그 냄새가 유익할 것인가도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자연을 내 호주머니에 두고, 목간통 바닥에 깔고 즐길 수는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산림욕만한 것이 없다. 나무를 가꾸어 숲과 더불어 상생하고 자연과의 교감으로 마음이 풍성해지면 그 것으로 족한 것이다. 무엇에 좋고 무엇에 나쁘고를 따질 것이 없다.

모두가 함께 나누는 것이다. 잘 가꾸어진 숲, 가능하면 자연 그대로의 숲에서 달리든가 자전거를 즐기든가 아니면 산보를 하면서 깊은 호흡으로 자연이 주는 공기를 마신다면 그 것으로 즐거운 것이다. 벌거벗고 숲을 거닐고 싶지만 나무들이 이해해준다 해도 독살 맞은 숲 모기에 밥줄일 없기에 그런 일은 피한다.

비록 매일을 산에서 보내지만 봄이 오면 작업복 대신 헐렁하고 부드러운 개량한복을 한 벌 마련해서 휴양림을 한번 찾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