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 고달픈 이유
이따금 달리기를 모르는 사람이 아닌, 달리기를 너무도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바보스런 질문을 받는다.
"왜 이 힘든 마라톤을 하십니까?"
물론 이 질문 속에는 남다른 성취감과 의욕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랬다가는 정말 우문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그 바보스런 질문의 이면에는 "그렇게 힘든 마라톤을 나도 하고 있다." 는 자신감을 교묘히 포장을 해서 감추고 있는 것이다. 듣는 사람 또한 그 의미를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바보스럽게 질문을 했으니 답 또한 우답으로 내보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한마디를 던진다.
"같은 거리를 오늘 10분에 달렸으면 내일은 9분에 모레는 8분에 달리고자 하니 매일 매일이 어렵지요."
그리고는 손목의 스톱워치를 가리키며 한마디를 덧붙인다.
"전에는 달리기가 즐거웠는데 요놈, 요 쬐그만 요놈, 스톱워치를 마련하고부터 마라톤이 힘들게 느껴지더라니까요."
사실이 그렇다. 뒤에 덧붙인 말은 솔직한 심정을 내보인 것이다. 째깍째깍 바쁘게 넘어가는 초시계에 맞춰서 달리자니 그 것이 욕심이고, 욕심을 따르자니 몸은 당연히 고달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인 것이다. 몇 번을 완주하면서 달리기를 입에 물고 살다보니 욕심도 점점 커져서 전혀 엉뚱한 상상, 엉뚱한 "바람"도 갖고 살아간다.
언젠가 마라톤대회를 앞두고 4시간 안에 완주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훈련도 줄기차게 했을 뿐만 아니라 당일에도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몇분 몇초를 초과해 4시간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훈련부족과 능력 탓은 커녕 마라톤을 42.195km로 확정짓도록 계기를 마련해준 영국사람들을 원망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만용을 보였다. 다시 말해 마라톤은 0.195의 꼬리를 자르고 간단히 42km로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4시간 안에는 꽉 차게 완주할 수가 있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마라톤은 42km든 40km든 잘라 떨어지는 거리로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 42.195를 외우려면 21.095도 계산해서 외워야 한다. 꼬리를 어렵게 외우기도 싫고 주최측이 그 거리를 맞추기 위해 힘쓰는 것도 안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