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는 청설모도 선생
청설모도 다람쥐처럼 겨울 잠을 자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것은 큰 오해였다.
겨울에는 먹이감이 부족해 오히려
더 바쁜 것 처럼 보인다.
겨울 산에 올라 죽은 나무를 찾아 다닐 때면
박새들이 내뒤를 쫓는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청설모까지
주변을 맴도는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낙옆 위로 사사삭하며 가벼운 돌구르는 소리가 여러번 들렸던 것 같은데
고개를 돌리면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동작빠른 청설모일줄이야-.
사실 박새가 쫓아다니는 것은 한 겨울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죽은 나무를 톱질해서 넘기면 나무가지며 낙옆이 뒤집혀져
풀씨나 열매들이 들춰지기 때문에 이를 찾아 모여드는 것이다.
인적없는 깊은 산에서 박새와 함께 한다는 것은 크나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농민들은 청설모를 원수처럼 여긴다.
집채보다 더 큰 호도나무를 순식간에 "아작"을 내는 녀석들이 청설모다.
농민들은 이 놈들에게 마리당 얼마 현상금을 걸기도 하고
또 공기총을 준비해뒀다 사살한다.
어떤 이는 사살해도 분이 안풀리는지
죽은 청설모를 나무에 매달아 놓기도 한다.
반가워 땀도 식힐겸 청설모가 하는 짓거리를 보려고
가만히 주저 앉았다.
두마리가 부부인 것으로 생각됐다.
두마리가 소나무를 오가며 송방울을 열심으로 부순다.
"아하"
한 겨울 낙옆이 떨어져 그 위를 흰눈이 덮으면
청설모에게는 솔씨도 유용한 양식인 것이다.
좁쌀보다 조금 더 큰 솔씨를 먹기위해
하루종일 눈코뜰새 없이 바지런 떠는 청설모가
측은하기까지 했다.
잠시 곰곰히생각해 본다.
좋은 인연과 나쁜 악연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를.
시간과 장소를 달리했다면 좋은 친구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떤 경우라도 미워하지 말아야지.
청설모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산에서는 청설모도 선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