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실명제
아마츄어 마라토너들이 알록 달록한 다양한 색상의 유니폼 등에
이름을 새기고 달리는 모습을 보면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이름 석자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혹 오해할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넘는 오래전
이 나라에 아마츄어 마라톤이 움솟을 때의 일이다.
마라톤 풀코스 도전이라는 용감한 일에
썩 어울리지 않는 모습들이 가리워져 있을 때다.
달리면서 가래침 뱉기
아무데서 소변보기
지름길 가로질르기
등등
그래서 당시 필자가 가입하고 있는 "런너스클럽"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마라톤 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설마 자기 이름을 등에 적어놓고 뛰면서
그런 일들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취지-.
회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마라톤 매너"라는 말도 생겨났다.
지금은 국내 마라톤 동호회 대부분들이
등에 이름 석자를 적어 놓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회원 2500명일 때 클럽 회장에 취임해서
2만5000명의 전국조직으로 클럽을 확대하다보니
아마츄어 마라톤부문에서 이름이 제법 알려졌다.
김승기 보다는 "알통가재"로 더 알려졌다.
우리나라 최초로 마라톤 산문집 "도랑치고 가재잡고"를
출판한 것을 계기로 후배들이 붙여준 닉네임이다.
보디빌더 마러토너라는 의미일 것이다.
주로 42.195km에서 "알통가재" 김승기를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인사를 하면서 등을 두드리든
팔뚝을 건들이든 툭치고 지나간다.
기록이 4시간 정도니 잘뛰는 사람들은 모두 앞으로 지나가면서
안면있는 사람이면 너나 할 것없이 4시간동안
한번 쯤은 건드리고 지나간다.
"떡판 좋다"고 손바닥으로 내려치면서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등과 팔뚝은 얼얼할 수 밖에-.
국회의원들이 선거때 하도 악수를 하다보면
손이 붓는다고 하지 않던가?
풀코스 한 번 뛰면
늘 뭍매(?)를 감수해야했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알통가재를 알아보는 사람 있을려나?
등판이 얼얼할 때가 그리워도 지겠지만 그 때 그 유니폼
"알통가재 김승기"가 새겨진 옷을 입고 새봄이 오면 맘편히 달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