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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 현명하면 큰 복일 줄 알았는데 화가 적다네요!

알통가재 2013. 1. 29. 02:37

 

 

 

 

 

 

 

명심보감에서
찾은 말이다. 

 

國正天心順 (국정천심순 : 나라가 바르면 하늘이 따르고)
官淸民自安 (관청민자안 : 관리가 청빈하면 국민이 저절로 편안해진다.)
妻賢夫禍少 (처현부화소 : 처가 현명하면 남편에게 미치는 화가 적고)
子孝父心寬 (자효부심관 : 자식이 효성스러우면 부모의 마음이 너그럽다.)


다른 말들은 짐작이 가는데
妻賢夫禍少(처현부화소)란 말은 조금 이해가 안간다.
나 같은 필부라면 妻賢夫福太 “처가 현명하면 남편에게 큰 복이 있다”고
적어두고 싶은데
“화가 적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인생은 부부가 함께 건너는 살얼음판과도 같다고 생각해 볼 때
어차피 살얼음판 젖지 않고 건널 수는 없는 것-.
온 몸이 빠져 허우적대느냐
아니면 발목 정도만 빠지고
"화를 면했다"고 다행스러워하며 양말을 말릴 것인가?

처의 현명한 조언으로 발목만 적시고도
강을 건널 수 있다면
그 것은 큰 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혹 젊은 사람들은 이해가 안될지도 모르겠다.
건방진 이야기 같지만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가면서
부모를 여의고 또 처자식을 부양해봐야
비로서 이 말들의 의미가“휠(feel)이 팍팍 꽂힐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린 시절 아버님과 할아버님이
"명심보감에 이르시기를...”,
“공자님가라사대...”
하시면 머리부터 저었고 속으로는
“고리타분”이란 말을 되뇌이며
영어단어장을 움켜 잡았던 일이 있다.

이제는 오히려 고리타분해지려 애쓰고 있다. 
조상님께 죄스런 맘도 있지만
고리타분해져야 얻을 수 있는 지혜도
많다는 생각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