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배기 잔의 비밀
장터 국밥집에 들어가
막걸리를 청하니
뭉툭한 아주멈
한 손엔 김치 몇 조각 담긴 쬐그만 작은 그릇,
그리고 한 손엔 막걸리 한 병을 들고 다가서더니
차례로 내려 놓는다.
사방 5cm 정도 네모로 생긴
작은 그릇에 담긴 김치가 엄청 쓸쓸해 보인다.
막걸리가 담긴 패트병은 내려 놓는 소리가 둔탁하다.
손님에게 접대하는 행동이 엄청 못마땅한 모습이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힐긋 한 번 보더니
"탁"하는소리가 가슴을 떨리게 한다.
막걸리 반 병을 따라도 넘치지 않을만한 큰 잔이
면전에 놓이기까지 왜이리 요란한 것인지 모르겠다.
뭉툭한 아주멈 궁둥이도 엄청 크다.
함지박만한 궁둥이가 씰룩대며 사라지는 순간
나는 그만 밥상을 손바닥으로 내려치고 말았다.
큰 비밀 하나를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리고 외쳤다.
"아주멈! 여기동태찌게 하나!"
뒤돌아 보는 뭉툭한 아주멈의 표정이 백팔십도로 바뀐 모습이다.
그리고 곱상한 여인네 흉내내는 대답 소리가 어색하다.
"네~에"
동태찌게가 나오고 한 잔씩 따라 마셨다.
그리고 처음 들어와 앉았을 때
뭉툭 아주멈이 막걸리 잔을 내려 놓을 때 보다
더 큰소리가 나도록 잔을 내려 놓았다.
"탁"
"탁"
"탁"
모르는척 tv를 보는 뭉툭 아주멈 탁 소리가 날 때마다 움쭐 거린다.
속으로 웃음보가 터졌다.
기분 좋게 계산하고 국밥집을 나왔다.
온 종일 기분 좋은 것이 막걸리 탓만은 아니다.
이제까지 막걸리가 탁해서 탁배기인 줄만 알았다.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비로서 발견한 것이다.
"탁탁탁" 그소리가 난타북소리도 흉내내지 못할 만큼 경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