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낚시/낚시 옛날이야기

60년대초반 낚시이야기(3)

알통가재 2017. 3. 16. 15:40

바느질용 바늘을 휘어서 낚시바늘을 만들려는 시도는 좋았는데

도저히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텅스텐이 많이 들어가 강하기 때문에 부러지기는 해도

휘지 않는다는 것, 정도껏 휘기는 했지만 한계를 벗어나면

쉽게 부러진다는 사실을 너무 어려서 몰랐던 것입니다.

그래도 포기할 줄 몰랐으니 낚시에 대한 호기심이 남달랐다 해야겠지요.

결국 실철사를 구해 낚시바늘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또 하나의 중대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걸려든 붕어가 미늘이 없어서 자꾸 빠져나가는 것이 상상이 돼

미늘 만드는 방법을 찾느냐고 조바심이 났습니다.

밥먹다가도 학교가서도 잠자가다도 오로지 미늘 만드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두드리면 길이 열린다고 했던가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good idea가 떠올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탁월했다는 생각입니다.  

생각즉은 실철사로 만든 낚시바늘에 가위로 빗겨 물어서

흠집 내듯 미늘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생각과 실행 모두가 대성공이었습니다.

다만 미늘이 정확하게 가운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위날에 밀려 옆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칼끝으로 손을 보면 얇게 만들어진 미늘이라 잘 떨어져 나갔지만

둘에 하나는 성공했습니다.

가위날에 흠집이 난다는 어머님의 꾸지람이 있었지만

당시 가위는 무쇠였기에 강했다는 생각입니다.

만들어진 낚시바늘을 가지고 field test도 잊지 않았습니다.

요즘 조구생산업체에서 신제품이 만들어지면 이를 테스트하는 

프로조사들도 있다지요? 새카만 후배들이라는 생각입니다. ㅎ 

실기테스트 대상은 붕어가 아니라 개구리였습니다.

파리를 잡아 낚시 바늘에 꿰어서 개구리 앞에 드리우니 개구리란 놈들

넙죽넙죽 잘도 먹어댔습니다.

미늘 덕에 빠져나가지도 않아 정말 대성공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리집 병아리들은 잘도 컷습니다.

닭사료 구하기 힘들던 시절이라

풀과 고운쌀겨에 개구리를 삶아 채썰듯 썰어 섞어주면

닭들이 난리가 납니다.

암탉은 달걀도 더 잘낳은 것 같습니다.

제가 개구리를 잡아 섞어주기 때문에 알도 잘낳는다고

아버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니까요.

동네 아이들이 개구리 잡으러 작대기 들고 들판을 헤맬때

저는 웅덩이가에서 개구리 낚시질 부터 했으니. .  ㅎ

숨길 수 없는 사실 하나 -

큰 개구리 넙적다리는 제 입으로도 들어갔습니다. ㅎ

이제 붕어낚시 실전만 남기게 됩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