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운동의 실천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알통가재 2021. 2. 23. 14:51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마라토너들이 41.195km를 달리다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고통과 좌절의 국면을 마지하게 된다. 이 때 안간힘을 쏟으며 자주 떠올리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성경에서 비롯됐다는 이들은 다윗왕이 귀금속 세공사에게 반지 만들 것을 명하면서 교만과 절망 그리고 좌절에 당면했을 때 겸손과 용기를 상기시킬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고 한데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세공사는 고심 끝에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글귀를 청하게 되고 그에게서 받은 이 문장을 반지에 새겨 넣게 돼 오늘에 전해졌다는 것-.

 

유래야 어떻든 나로서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승리, 환희로 표현되는 순간을 몇 번인가 맞은 것 같지만 기억이 희미해 겸손의 의미로 떠올려 본적은 없다. 반면에 고통과 좌절의 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를 기대하며 이 말을 자주 곱씹었다는 생각이다.

 

마라톤 할 때 대략 30km이후 줄곧 고통의 한가운데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주먹을 불끈 쥐고 극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인지 피니쉬라인을 밟는 순간 겸손은 사라지고 나만의 환희 속으로 빠져들어 고통의 흔적은 말끔하게 지워진다. 마라톤이 힘들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겸손치 못한 “나만의 환희” 이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평생 해온 보디빌딩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매일 매일 쇠뭉치 앞에 서는 순간부터 “이 또한. . .”이 상기된다는 점이다.

 

인생 후반부, 정확히 어느 시점을 지나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 순간 “ This "를 ” I "로 슬쩍 바꿔 본다.

“ I, too, will pass away. "

겸손치 못하게 누구 흉내 내는 것이냐고 나무랄 이도 있겠지만 다윗과 솔로몬 그리고 세공사와 뭇사람들 모두 또한 지나갔기에 교만(?)을 부려본 것이다.

다만 사라지는 순간 피니쉬라인을 밟았을 때 처럼 그리고 인생 천리행군 귀대의 시간처럼 환희의 오르가즘이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