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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널린게 돈"農事天下之大本/농사 주변이야기 2012. 12. 26. 16:27
산골 골짜기 칼바람은
이동 화장실 물을 열었다 닫았다
덜퍽거릴 정도입니다.
경북 봉화에 농막을 DYI로 지을 때입니다.
농막이라지만 사실은 주거공간입니다.
법테두리 안에서 10평을 안넘기려고
컨테이너 옆에 화려한 "카페"를 덧붙이려는 참이었습니다.
사다리를 오르려다
막걸리 사고 넘겨 받은
거스름 돈,1000원 지폐와 동전 몇푼 안되는 돈
너무 바빠서 지폐는 지갑
동전은 호주머니 가려 넣기를 못한
그 돈이 비집고 나오는 것 같아
붉은 고무가 칠해진
투박한 작업장갑을 낀채로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으려는데
그 순간 칼바람을 만나고 만 것입니다.
새총알이 고무줄 퉁겨 나가듯
율곡 선생님이 날아갑니다.
안된다 안된다 아깝다 아깝다를 외치며
부리나케 뒤쫓았지만 생포치를 못했습니다.
멀리 도수로로 빨려들어 가는 것을 보고서야
어슬렁 어스렁 가보았더니
그만 물에빠져 떠내려가는 것이었죠.
부랴부랴 줏어다
햋빛잘드는 쪽 컨테이너 한쪽
빨래줄에 걸었습니다.
빨래집게로 물려서 말입니다.
순간 머리에 번개처럼 떠올려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와! 우리 집은 널린게 돈이네!
잠시 멈춰 히죽 히죽 웃고 말았습니다.
외롭다 생각되는
산골 외딴집에도
미소지을 일은 생기게 마련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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