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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쇠! 강쇠! 발강쇠!
    평생운동의 실천/마라톤 2012. 12. 31. 22:06

     

    춘천마라톤에서 골인을 앞두고 힘겨워 하는 모습-.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시원한 생맥주 한잔-.

     

     

    42.195km, 이북사람들은 백공오리 달리기라고 한단다. 마라톤은 솔직히 정말 고역이다.

    그러나 달린후의 그 기분은 세상이 내것이라는 말로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알랙산더, 징기스칸, 나폴레옹, 그리고 한반도의 몇몇... 왜 그 수많은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세워가며 세상을 가지려 했을까? 마라톤을 하지...
    방바닥에 등을 대고 신문을 훑다가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몽롱한 기분이 망상에 젖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비록 망상의 세계에 빠져들망정 역시 강한 발을 소유하고픈 염원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옥녀의 남편을 떠올리면서 주문을 만들어 몇 번을 중얼거려 본다.
    강쇠! 강쇠! 발강쇠!
    그러면 나는 왜 강한 발을 가지기를 염원하는가 자문해 본다.
    다소 이기적이고 개인적이기는 하지만 더도 덜도 말고 42.195km를 달리고 난 후에 콧노래를 부르며 여유롭게 가족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또 다음 날은 절룩거리지 않고 말짱한 걸음으로 일터를 향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개인적인 소망은 그렇다치고 그러면 진정한 강한 발의 소유자, 발강쇠의 이상적인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를 또 생각해 본다.
    불의를 보면 짓밟고 넘을 수 있는 발, 악과 맞서 힘차게 걷어찰 수 있는 발, 측은한 모습을 보면 머뭇거리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과감히 달려가 부둥켜 안아 올리는 발, 법과 기본질서에 발맞춰 겸손하게 함께 걷는 발, 국위선양을 위해 세계를 향해 포효하며 달려가는 발,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발벗고 나서는 청렴한 공복의 발, 신성한 국토방위 의무를 위해 차가운 군화도 마다하지 않는 젊은 이의 발 등 대강 넘기려해도 발강쇠는 실로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사실 따지고 보면 법과 기본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발맞춰 걷고 달리는 사람은 모두가 발강쇠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발강쇠 공화국이라는 생각도 가져본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발강쇠공화국이다. 발강쇠공화국 국민의 건강과 행복은 달리기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발강쇠를 우선으로 하여 정한다.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내외 국민들에게 달리기를 권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비록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이지만 국민은 전세계를 향해 달릴 수 있다. 대한민국 발강쇠는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예의범절로서 달리기에 임한다. 대한민국의 발강쇠는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훼어플레이 정신으로 국내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국위선양과 개인의 명예를 빛낼 의무를 가지며 무분별한 경합적 달리기를 지양한다. 발강쇠공화국 정치인과 공무원은 발강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의 건강과 행복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정치인과 공무원의 원활한 공무수행의 바탕은 발강쇠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정치인과 공무원 또한 발강쇠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경주해야한다. 발강쇠 달리기동호회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동호회제는 보장된다. 발강쇠 달리기동호회는 그 목적,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발강쇠 달리기 동호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동호회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

    몽롱한 망상의 세계에서 바라보는 신문에 드러난 무질서는 "대체 이 나라에는 법이 있는거야?"하는 자문으로 이어졌고 급기야는 발강쇠공화국의 헌법을 기초토록 하는 우를 빚었다.
    2012년도 어느 사이에 꼬리를 내리고 있다. 내년에는 제발 제발, 부디 부디 법과 기본질서에 발맞춰 걷고 달리는 발강쇠들이 더없이 행복감에 젖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같은 염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또 한번 강하게 주문을 외워본다.
    강쇠! 강쇠! 발강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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