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잘 알 듯 군대라는 조직은 계급 위주로 된 특수한 사회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일반사회와 다름없는 냉정함, 무절제함, 비열함 등 부의 가치를 지닌 것들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눈물과 감동 없이는 볼 수 없는 휴머니즘도 상존한다.
동전의 양면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중대원 한 사람이 과실로 인해 영창을 간 일이 있다. 중대원들 대부분은 그로인해 받아야 하는 불이익으로 인해 그를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을 했다. 군인으로서 간단하게 지켜야 할 일을 지키지 않고,
작난(?), 똥배짱, 깡 등 군대식의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는 만용으로 해서
많은 중대원들이 불편을 겪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영창으로 떠났고 올 때도 히죽대며 중대로 돌아왔다.
그를 영창에 보내야 했던 중대장의 마음이야 오죽했겠는가만 처음에는 멋적게 그를 맞아야 했다.
그를 마지하는 날, 그 때 세상이 떠나갈 듯 크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누구도 생각치 못했던 일이 벌어져 잔잔한 파문이 모두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 일이 있다.
아무튼 그 일로 해서 모두의 마음이 훈풍에 젖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미움도 증오도 한갓 한 순간에 손쉽게 떼어버릴 수 있는 편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군대라는 삭막한 세상에서 깨닫게 된 것이다.
군복주머니에 손을 넣고 히죽히죽 별일 없었다는 듯 들어오는 그의 손을 슬며시 잡아 이끄는 손길이 있었다. 중대 선임하사는 그를 잡아 끌어 잠시 세워놓더니 얼룩무뉘 도시락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서
그의 입으로 슬며시 넣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 것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두부 한 모였다. 그리고 먹다 남은
나머지는 발로 뭉개라고 했다.
그러자 얼떨결에 따라하던 그는 잠시 중대원들의 눈을 피해 창문을 응시했고
그 눈에서는 무엇인가 반짝이는 것이 있었으며
중대장도 중대원들도 잠시 말문을 닫고 있었다.
이도 잠시 뒤이어 선임하사님의 "교육집합"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또 다시 중대막사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영창에 다녀온 그도 재빠르게 복장을 갖추고 집합했다.
중대원들은 교육장까지 가는 길에서도 한동안 숙연했다.
그러나 그날 처럼 중대원들이 한 가족이 된 것처럼 화기애애한 가운데 교육에 임했던 날도 없었을 것이다.
비록 알통 모범사병(?)이라 영창과는 먼 사람이었지만 그 선임하사님을 잊지 못한다.
은퇴하신후 불과 몇 년전까지는 전화연락이 닿았는데, 그리고 형수님께서 심한 뇌졸중으로 기억을 상실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몹시 걱정을 했었는데 전화 연락이 닿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못난 후배는 언제까지나 먹고 살기 바빴다는 넉두리만 언제까지 늘어 놓아야 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