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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해 겨울은 참 따듯했습니다.
    글과 함께 춤을/산문놀이 2013. 1. 3. 13:49

     

    엔진톱의 굉음은 난청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아름드리 통나무를

    순식간에 아작(?)을 낸다.

     

     

    저는 인생을 거꾸로 사는 것이 아닌가 이따금 생각해 볼 때가 있습니다. 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인가 이따금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제가 아는 분들 중에는 정말 훌륭하고 존경 받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에 작고하셨지만 지난해 겨울 무심코 TV를 보다가 동계올림픽 역사를 살필 때 고 조동표(스포츠 대기자)님의 얼굴이 눈에 띄어 전화를 올려 문안인사를 여쭙고 통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자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냥 막연히 아는 것이 아니라 친했던 분 중 장관을 지낸 분, 또 대학 총장을 지낸 분도 여러 분 계십니다.

    그 분들이 장관이나 총장에 취임을 하면 그 분을 존경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그 분들의 아까운 시간을 뺏는 것이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직접 찾아가지는 못해도 늘 축전을 보냈습니다. 그러면 그 분들은 사무실로 전화를 주십니다.

    “김형 축전 고맙고 한 번 놀러 와!”

    저에게 놀러 오라고 하시는 그 분들은 저의 신분을 너무나 잘 아시는 분들입니다. 세상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분들이 공인으로서 공직을 수행 하시는데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해서 찾아가 본 일이 없습니다. 임기가 끝난 후 찾아 뵌 적은 있습니다.

    이 같은 저의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 중에는 흉보듯세상 거꾸로 사는구먼하며 혀끝을 차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는 사람 덕을 보고 살라는 것이죠.

    경북 봉화에 온지 10-. 임진년에 태어나 방금 지나간 해에 임진년을 맞았으니 올해는 그 첫해로 한살 철부지라는 생각입니다. 

    저는 고학으로 학업을 마쳐 어린 나이에 고생을 했다면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가정교사, 노동판 막노동, 빌딩경비원, 골프장 캐디 등 학비를 벌 수 있는 일은 다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의 대부분은 관변단체에서 말 그대로펜대 굴리며살았습니다.

    그런데 2010년 이전까지는 네발로 걷는 짐승이 되어서 살았습니다. 결코 자학적 표현이 아니라 가파른 산을 엉금엉금 기어서 작업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산에서는 쇼트트랙에서 코너웍을 하는 선수처럼 산자락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몸을 한쪽으로 기우려 바둥대며 작업합니다.

    누군가는 또 인생을 거꾸로 산다고 흉볼지도 모릅니다.

    손에 들려진 엔진톱의 날카로운 체인은 단단한 참나무도 순식간에 토막을 냅니다. 넘겨진 아름들이 나무들을 토막 내 산 아래로 힘껏 굴려야 합니다. 양 어깨, 팔 다리가 하루에도 몇 번 쥐가 납니다. 발톱은 수도 없이 반복해서 뽑혀집니다. 바쁘기는 얼마나 바쁜 줄 모릅니다. 새벽 세 시경 기상을 해서 이 것 저것 여유 있게 준비하고 산에 올라가 8시에는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저의 입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하나님을 외치는 외마디 소리가 떠나질 않습니다.

     

     

    근로후의 달콤한 휴식-.

     

    그 덕분에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귀가하곤 합니다. 사람 덕은 안 봐도 하나님 덕은 받고 사는 행복한 사람인 것입니다.

    다만 늦가을이라든가 겨울철 퇴근 무렵에는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물 옷을 입게 됩니다. 작업 중에는 추운 줄 모르겠으나 해질 무렵 퇴근이 임박하면 오한이 찾아 듭니다. 한동안 근근이 버텼는데 그만 옛날버릇에 휘말린 적도 있습니다. 추위를 이길 것 같은 착각에 그 동안 멀리했던 술을 입에 대고 만 것입니다. 비록 인생을 거꾸로 산다 해도 술 버릇만은 정말 거꾸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

    17년의 직장생활(기획조사홍보부문)을 끝내고 사업에 뛰어든 것이 시각디자인이었습니다. 15년간을 했으니 지금도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젊은이들과 경쟁한다 해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애플사의 매킨토시를 활용한 쿽, 일러스트레이션, 포토샵 등을 다루는 데는 익숙합니다.

    그러나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땀 흘려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농사를 택했고 지금은 산일을 택한 것입니다. 하던 사업이 망해서거나 아니면 어떠한 외압으로 사업을 접은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기꺼이 택했던 것입니다. 이 것도 거꾸로 산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힘은 들어도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2010 10월에는 산림기가 자격을 취득해서 현장대리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육체적인 작업은 면하게 된 것이지요. 지금이 제 인생의 황금기라면 조금은 지나치다고나 할까요

    참으로 지난 몇 해 겨울은 따듯했습니다. 남들은 유난히 추웠다고 합니다. 또 시골 토담집에서 따듯하면 얼마나 따듯했을까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제일 춥다고 한 해에 추운 줄 모르고 신나게 견뎠으니 따듯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평생을 살면서그 해 겨울은 참 따듯했네…” 라며 반추 할 수 있는 추억이 나에게도 만들어졌으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또 앞으로는 더 따듯한 겨울이 올 것이라고 굳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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