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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차별없는 세상
    글과 함께 춤을/산문놀이 2013. 1. 8. 14:55

    취미생활과 직업이 일치한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도 없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낚시를 즐길 때는 낚시터 좋은 길목에서 낚시점을 하면서 취미를 즐기고 싶었다.
    골프를 즐길 때는 골프관련 잡지사를 운영하면서, 아니면 큰 부자가 되서 칸트리클럽을 경영하면서 즐기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었다.
    스쿠버에 심취했을 때는 서정이 물씬 풍기는 아담한 포구, 저 남쪽 미조항과 같은 그런 포구에서 요트 같은 전용선을 마련해서 리조트를 운영하면서 즐기고 싶었다.
    그 생각은 요즘도 변함이 없다.
    마라톤을 즐기면서부터는 R사의 S사장, P사의 L사장, Y사의 J사장 등 왠만한 달림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마라톤 관련산업의 대표들이 제일 부럽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 같은 기회가 오겠지 하는 생각이 이따금 즐겁게 만들기도 한다. 
    10년 전쯤 그 같은 기회가 정말 마련되는 줄만 알았다.
    어느 날 인터넷 서핑을 하는데 눈이 번쩍, 귀가번쩍이게 하는 몇 줄의 광고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마라톤 관련 스포츠 취재 기자모집, 주말에는 마라톤 취재, 주중 휴무”
    메이저 신문사의 계열 스포츠 전문 웹진에서 마라톤 기자를 모집한다는 광고였다.
    취재를 겸한 마라톤 여행, 생각만 해도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러나 지원서 양식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나이 탓이었을까 아니면 쓰라린 과거탓이었을까?
    당시 지천명의 문턱을 막 넘어선 자리에서 지난날을 도리켜 보고, 그리고 진작부터 나름대로 막연하게나마 설계해 놓은 60, 70의 인생의 후반부를 두루 몇 번이고 생각을 해보았다. 아니 며칠을 줄곧 그 생각만을 하면서 보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낼까 말까하며 다운로드 받은 지원서 양식을 바라보곤 했지만 나이 50을 넘긴 사람을 누가 뽑아 줄까하는 의문과 더불어 꿈도 야무지다는 자책이 매번 망설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며칠을 보내면서 그 옛날의 쓰라린 과거가 자꾸 생각나 오기가 발동을 하고 말았다.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지금은 별일 아닌 것처럼 잊혀져 가지만 80년대 초 사회 초년병 시절 조그만 신문사에서 기자로 근무할 때 “언론 통폐합”이란 된서리를 맞아 일찌감치 백수의 경험을 진하게 해야만 했었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 즐기면서 사는 방법이 있다면 어린시절의 아픔도 혹 보상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말 어린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평생 지켜온 직업도 내동댕이칠 각오로 지원서 양식을 바쁘게 메꿔갔다. 전송을 했고 진인사 대천명의 마음으로 기다렸다.
    며칠쯤 지나서였을까 그 곳에서 전화가 왔다.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받은 후 입사가 결정된 것 같은 착각에 구석진 은근한 자리로 고개를 돌려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관계자를 만나고 뚜껑이 열린 날 한 아름의 시름을 보너스로 안고 돌아왔어야 했다.
    바쁜 시간 달려가 만난 자리에서 그 회사 관계자가 털어 놓은 말을 요약해 보면 “적격자 이시지만 팀장이 너무 무거워 한다”는 것이었다. 역시 나이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왜 만나자고 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몇 마디 나누고서야 그 이유가 짐작이 됐지만 정말 눈 코 뜰새 없이 바빴던 때였기에 관계자가 얄밉게도 보였다.
    한마디로 정보좀 얻자는 식이었다. 차라리 툭 터놓고 조언 좀 해주시오 했으면 밤을 새면서라도 이야기 해주련만... 그리고 코스닥 운운의 소리가 들렸을 때는 정말 한 마디해주고 싶을 정도로 인내심을 시험했다.
    그들은 웹사이트 운영도 제대로 하기전에 마라톤으로 장사해서 코스닥 상장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소개서에 휘갈려 쓴 몇마디가 불현듯 스쳤다.
    “국민건강에 조금이나마 보템이 됐으면...”
    물론 기업은 이익을 남겨야 한다. 어느 그릅 총수께서는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기업은 역적이라고 까지 했다지 않는가.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왜 그 자리에서는 아이쿠야 하는 탄식과 더불어 부질없는 짓을 했구나 하는 후회가 앞섰는지 모른다. 아쉬움 때문인지 자리를 뜨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댁들 신문사가 주관하는 마라톤대회도 이벤트 회사에 용역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계열사인 웹진으로서 마라톤대회 주관도 못하면서 코스닥에 올릴 생각부터 하시는지요?”
    하지만 그 관계자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몰랐는지 또 한마디를 던져 염장을 질렀다.
    “마땅한 후배 좀 소개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10년이 지나서 이제야 털어 놓는다. 누가 들어도 놀라운 이 인내심(?), 이 것도 운동을 즐기면서 생겨난 버릇인지 모른다.
    어느 쉰세대가 나이차별하는 회사를 상대로 승소를 했다고 전해진다. 그 회사 앞에서 “깨소금”이라고 소리지르고 싶다.
    자만인지는 몰라도 풀코스든 울트라든 한번 달려보고,바벨 들어 보고 쉰세대 아니 늙다리를 얕잡아 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나이차별, 성차별 없는 세상이 정말 즐거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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