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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에서 물고기 밥주기평생운동의 실천/SUCUBA 2013. 1. 11. 22:28
바다여행을 하다보면
술이 졸졸 따라 다닌다.
오래전 강원도 문암리에서 이야기다.
어느 여성 다이버가 큰 문어를 한마리를
리조트에서 삶고 있었다.
냄새도 그렇고 먹음직도 해 한참을 바라보니
그 여성 다이버 다리에 차고 있던 칼을 꺼내 잡더니
문어 다리 하나를 냉큼 잘라 건네는 것이 아닌가?.
우리 일행 다섯이 원없이 먹었으니 그 크기는
짐작이 갈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데 이 것이 바다를 좋아 하는 사람들의 인심이다.
그날 문어다리로 발동이 걸려 밤늦게까지 술이 이어졌다.
문제는 다음날-.
오전 다이빙을 위해 공기통을 걸머메고 포인트를 향해
고무보트로 가는데 전날밤 과음으로 속이 울렁거렸다.
배멀미 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도 술이라는 요물이
아침까지 온 뱃속을
뒤집고 다니는 것이다.
다행히 뚝심 좋게 참아내니 드디어 포인트에 다다렀고
연못에 개구리 뛰어들듯 하나 둘 퐁당 퐁당 바다 속으로 뛰어 들었다.
바다 속 약 30m정도 바닥에 이르니 시야는 20m정도로
절경을 이룬다.
그러나 그 절경을 감상할 사이도 없이
뱃속에서 또 한번 울컥 하더니 큰 용솟음이 있었다.
이름하여 오바이트-.
순간 호흡기를 빼들고 입을 벌리니
형용할 수 없는 이물질들이 불꽃놀이 하듯 바다속으로 퍼진다.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산산히 조각난 문어다리여
우주인들 유영하는 모습 옆으로
잡다한 물건들이 떠다니는 것을 TV에서 보기는 했는데...
비슷한 영상이 코앞에 펼쳐진다.
성급하게 씹지도 않고 넘긴 문어다리 조각,
한국사람 인증 김치조각, 고추가루,
이밖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파폄들 등등이
초장에 멱감고 붉은 모습으로 퍼져 나간다.
잠시후 조그만 물고기떼들이 몰려들었다.
미안한 마음도 있고
또 물고기 떼가 술취해서 달려들까봐 무서워서
바삐 돌아 섰다.
바다속 물고기 밥주기
그 것을 지상에서는 오바이트라고 말한다.
20여년 전의 이야기다.
나는 그날이후 다이빙 전날 과음은 절대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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