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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급이 깡패
    글과 함께 춤을/소설놀이 2013. 1. 22. 10:13


    내 주변 어느 한 사람은 늘 앞세우는 말이 "군대 생활 30년"이다.
    참으로 오랜 세월을 군대서 보냈다.
    30년이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따라 나오는 말은
    "봉직", "봉사"라는 말이다.
    국가를 위해 30년을 봉사하고 봉직했다는 말이다.

    존경스럽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한순간에 뚜껑이 열려져 존경심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린다.
    "당신이 아무리 덩치가 좋아도 내 한방이면 날라가"
    여기까지가 만나면 늘상 인사처럼 이어졌던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덩치 큰 나에게 컴플렉스를 지녔던 그를

    이해해준답시고 늘 들어만 줬던 것도 아마 내 잘못인지도 모른다.

    동년배 친구니까 그같은 말도 서슴치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동문으로 함께 졸업하고 나이들어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 대충 4~5년을 그렇게 지내오던 터였다.

    그러나 그만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 친구를 만나고 1~2년은 존경심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2~3년은 그럴려니 하고 지켜봤다.

    그러나 한두번도 아니고 입만 열면 시작되는 말이 그 말이니

    존경스러운 마음도 이제 시큰둥해졌다.  
    아니 어떤 때는 경멸스러울때도 있었다.

    친구로서 끝까지 한 마음으로 대해 주어야 했으나 속좁은 탓에

    그만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병사들을 구타했던 이야기가 무공자랑하듯 튀어나올때는

    정말 참기가 어려웠다.

    정말 그 시절은 그랬다.

    어디서 배운 말인지, 아니면 군대내에서 일제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서인지

    그시절에는 " 조선 엽전들은 무조건 패고 볼일"이라며 구타로 시작해

    늦은 밤 점호시간 구타로 막을 내리고 비로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버릇이 되어서인지 군대에서 상급자들이 때리고 졸병이

    맞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군대생활 2년에 "민주군대"라는 말을 들으면 나이가 들었어도

    부럽고 옛날을 생각하면 속상하는 것이 이만 저만 아니다.

    더욱이 그 같은 친구를 옆에 두고 연장선에 생활한다는 것은

    차라리 고역이다. 피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퇴역하고 마땅한 일이 없어서인지 

    모임에는 빠지질 않으니 어느 친구를 만나도 옆자리에서 고개를 내민다.

    어느날도 마찬가지였다. "군대생활 30년"으로 시작해서
    "군대생활 30년"으로 끝을 맺으며 나를 힐긋 보더니 기어코 한마디를 덧붙이고 만다.

    그말을 듣고 생각이고 뭐고가 없었다. 내입에서는 준비된 말을 대뜸 들이 댔다. 

    "3년을 30년 처럼 노예생활(?)을 한 사람이 대다수인데 군대야그 집어치지 못해!

    월급 500원이든가를 받고 3년을 보냈으니 완전한 봉사가 아닌가?
    받을 것 다받고, 혜택 다 누리고, 졸병들 인권 마구 짓밟고  "봉직","봉사"를 들먹여?

    그러니 직업군인은 모두 용병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잖아?

    지금 나이들어 은퇴하고 힘겹게 사는 사람도 많은데

    너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연봉 받아 처먹으면서 겸손하게 살줄도 몰라?"

     

    오대장성 이야기를 새삼 해주었다.

    대장 위에 "병장"을 이야기를 해주었다. 
    장교도 못해보고 하사관도 못해본 병출신들의 "개그"로 이해를 하면
    정말 곤란하다는 말과 함께 거기에는 자유민주주의의

    심오한 뜻이 담겨져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 대다수가 병장이니 대장 위에는 국민이 있다는 의미다.
    한 참 열을 올리는데 당사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미소가 감돌았다.

    멋적은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열낸 나 자신이 더 머쓱했다.

    그 때 구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 한잔 합시다. 뭐 계급이 깡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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