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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명 "도라 도라"글과 함께 춤을/소설놀이 2013. 1. 23. 00:22
미국 쌍둥이 빌딩이 공격받고 무너지면서 언론을 통해 제일 먼저나온 소리가 "제2의 진주만 습격" 등으로 일본의 비열했던 과거의 모습에 비유했다. 선전포고 없이 일본이 저지른 전쟁, 진주만 습격과 비교됐던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경악스럽기도 하고 부담을 느끼기에 충분한 표현이었다. 그러나 사건직후 어느 시점에서 부터 진주만이라는 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국 언론에서 조차 말끔히 사라졌다.
여기에는 일본의 주도면밀한 언론플레이가 있었다. 단 하루만에 숨가쁘게 펼쳐졌던 일본의 언론플레이-. 일본의 대응력은 가공할만한 효과를 가져왔다. 이른 바 작전명 "도라 도라"의 효과였다. 이 역시 일본이 진주만 습격할 때 사용했던 공격명령 암호와 일치한다.
미국 쌍둥이 빌딩이 어이없이 무너진후 몇 시간이 흘렀을까 한밤중 일본 총리 숙소에 느닷없이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곤히 잠들어 있던 고이즈 총리가 눈도 뜨지 않고 부인을 발가락으로 꼭꼭 찔렀다. 전화를 대신 받으라는 남편의, 아니 전 일본을 대표하는 막강 총리의 발가락 명령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부인은 지난 밤 부실했던 총리의 잠자리 솜씨가 불만스러워 그 표시로 순식간에 등을 돌리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고 총리는 속으로 "고얀 것" 했지만 도리없이 눈을 부비며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짜증스럽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시오. 이 밤중에 왠일로? 누구시오?"
그는 전화를 받는 순간 하품을 멈춰야 했다. 전화기에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는 고 총리의 졸음을 일시에 깨웠다.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질러댔다.
"한시바삐 서둘러 공관으로 오시오! 기다리겠오!"
정보담당 비서관의 전화였던 것이다. 고이즈 총리는 서둘러 나이트 가운을 걸치고 방문을 나섰다. 자는 척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틈새로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부인이 한마디 쫑알댔다.
"흥! 이 밤중에 게이샤 전화는 아닌가 보군..."
접견실에서 고 총리는 정보담당 비서관을 기다리며 어쩔줄몰라 하는 모습으로 바삐 서성거렸다. 그 때 비서관이 서두른 나머지 접견실 문을 노크도 없이 뛰어 들었다. 고 총리는 비서관의 결례를 따질 겨를도 없이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시오. 비서관 앉아."
"예. 알았습니다."
접견실에는 고총리와 비서관 단둘이었지만 엄청난 비밀을 이야기 하듯 비서관은 입을 고총리의 귀에 대고 소곤거리기 위해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고 총리가 이내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괜찮아 자네와 단둘인데 소곤거릴 필요도 없어. 이 접견실은 보안이 철저한 만큼 미국 CIA도 도청을 못해. 그 친구들은 지금 여기 도청할 겨를도 없을 거야"
비서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총리 귀에서 입을 뗐다. 그의 고개가 당겨진 것을 확인한 총리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쌍둥이빌딩이 주저앉자 우리 일본의 이미지도 주저앉을판이다 이거지요? 조속히 막아야 해요! 우리가 국가 대사로 어렵게 은밀히 추진해 오고 있는 대일본 이미지업 프로잭트( the great nippon emageup projets)가 한순간에 날라갈 판인데..."
비서관은 그렇다는 표시로 묵묵히 총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돼지 안돼. 나 고이즈 시대에 조상님들 앞에 부끄러운 일이 벌어져서는 절대 아니 될 일이지. 신사참배도 강행을 한 마당에 선조들이 역사왜곡도 마다 하시면서 이루어 놓은 이미지 쇄신으로 오늘날의 경제부국을 이루지 않았나?"
일본의 먼 조상들은 자신들의 역사까지, 일본서기도 소설을 쓰듯 짜 맞춰 천황을 신격화 했다. 이 같은 정신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일본의 고고학자들도 선사시대 유물조작을 서슴치 않는다. 이뿐인가 광개토대왕비문 회칠, 칠지도 명문 갈아 없애기, 한반도내의 가야유물 약탈 등으로 임라일본부설의 강력한 주장 등은 너무도 잘 알려진 일본의 이면이다. 일본이 오늘날의 부를 쌓기까지는 역사왜곡을 마다않고 이미지를 쇄신했기에 가능했다고 판단하여 신사참배도 강행했던 고이즈 총리로서는 자신이 집권하는 시기에 이 같은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도록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감쌌다.
고 총리는 두손으로 머리를 쥐어짜듯 감싸 안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어쩐다..."
무엇이 그토록 경제부국 일본 총리의 머리를 감싸도록 했을까? 비서관의 보고내용은 대략 이랬다.
미국 쌍둥이 빌딩이 전대미문의 여객기테러를 받은 직후 CNN은 그 현장을 전세계로 생생하게 중계방송을 했다. 여기에 곁들여 전파되고 있는 말이 "제2의 진주만 사건", "진주만에 버금가는 악랄하고도 비열한 사건", "진주만 습격처럼 선전포고도 없는 더러운 21C의 새로운 전쟁", "진주만 사상자에 몇배의 사상자 발생" 등이었다. 일본의 입장으로 보자면 "진주만"이라는 한마디는 자신들의 비열했던 과거를 들춰내는 꼴이 돼 부담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온갖 역사왜곡을 통해 어렵게 갈고 닦은 일본의 이미지가 극악무도한 사상 최악의 테러에 얹혀져 한순간에 먹칠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방치한다면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테러국의 원조로 낙인이 찍혀 세계적으로 반일감정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고 총리는 무슨 비장한 결의를 다지듯 입을 굳게 깨물며 비서관을 바라보았다. 비서관은 고 총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면서 답답해 하는 그에게 음흉한 미소에 실마리를 담아 전했다.
"지금 현재로서는 보안을 위해 각의 소집은 절대 불가하다는 판단입니다. 그래서 우선 각 비서진을 공관으로 출두하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조금후면 그들이 당도 할 것입니다. 개인적인 메모에 불과하지만 맨 먼저 할 일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주만'이라는 용어를 미국은 물론 세계 언론 그리고 영향력을 미칠만한 정치가들의 입에서 새나오지 않도록 틀어막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은 이 같은 극악무도한 테러에 대항해서 싸우는 미국을 도우는데 앞장서는 모습을 미국이나 세계각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비서관의 말을 경청하던 고 총리는 바로 그 순간 얼굴이 펴지면서 무릅을 탁쳤다.
"맞아 그래야지 자네가 주축이되어서 이번 이미지업 프로잭트를 시급히 입안해 주시오."
고 총리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처럼 비서관의 손을 잡으며 다그쳤다. 비서관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굳은 의지가 듬뿍 담긴 어조로 대답했다.
"예, 알았습니다. 비서관들이 오는대로 1시간 안에 대책을 수립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잠시 쉬시고 계시지요."
총리는 공관 집무실에서 기다리겠노라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총리가 모습을 감추기가 무섭게 비서진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안이 사안인만큼 정보담당 비서관을 중심으로 조용히 그러나 신속하게 의견을 집약해 대책을 마련하고 계획을 입안했다. 회의도중 비서관들의 입에서는 "기필코", "반드시", "꼭"이라는 절박한 상황을 내포하는 말들이 이따금 새나오기도 했다. 계획의 명칭도 군대식 작전명으로 부르기로 하고 그것을 암호로 사용키로 합의했다.
정보담당 비서관이 최종적으로 확인을 하고 큼직한 글씨로 써내려 갔다. 모두 3단계로 이루어진 작전계획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제가 총리님을 뵙고 오겠습니다."
총리와 약속했던 1시간도 채 걸리지가 않았다. 정보담당 비서관이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총리는 "벌써"라는 말로 그를 마지했다.
비서관이 큼직한 글씨로 쓴 서류를 총리 앞에 내놓았다.
서류의 맨 앞장에는 "작전명 도라 도라"라고만 적혀 있었다. 고 총리가 이해가 안가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비서관을 바라보자 그는 차츰 설명을 하겠다는 표정과 함께 다음 장을 슬며시 넘겼다.
"도라 도라" 작전 개요가 단계별로 명시돼 있었다.
제1단계는 미국을 비롯한 영향력 있는 언론계와 정재계 인사 명단을 확보해서 그들의 입에서 "진주만"이라는 말이 언급되지 않도록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작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제2단계는 구조대를 급파하겠다고 미국에 제시하고 제3단계는 일본 자위대를 파병해서 미국과 함께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고 총리의 입에서 연방 탄성이 튀어 나왔다.
"훌륭해 훌륭하단 말이야. 짧은 시간에 이토록 완벽한 계획을 입안하다니. 앞으로 각의에서는 추인을 받도록 할테니 즉각 실행에 옮기도록 합시다. 한시가 급하오. 그런데 이 작전명은 어떻게..."
고총리가 말끝을 흐리자 비서관은 서슴없이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 외교공관과 일본 주도의 다국적 기업을 통해 뇌물이라는 뇌;물은 총동원해서 진주만이라는 말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틀어막아야 합니다. 혹시 총리께서는 펀드로비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총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을 했다.
"아니 그런 말은 전혀 생소해."
비서관은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요즘 한국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추정이 됩니다. 현재 우리와 같은 경우에 활용을 하면 안성 맞춤입니다. 펀드로 입을 막으면 자금의 출처를 가리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 그래도 역시 로비에는 돈밖에..."
고 총리는 또 한번 무릅을 치며 비서관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역시 자네는 언젠가 총리 한번 하겠구만. 까짓거 돈이 들면 얼마나 들겠나. 경제대국 일본이 그깟 자금이 어렵겠나? 즉각 도라도라 작전을 실행하시오. 그리고 작전과 관련된 보고는 비서관이 나에게 직접 보고하시오."
도라 도라 작전에 서명을 하는 총리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비서관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인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세계 해외주재 일본공관에 암호전문이 타전됐다.
"도라 도라"
은밀히 그러나 신속하게 진행이 됐다. 마치 2차세계대전 개전 초기에 일본이 선전포고도 없이 진주만을 습격할 때 사용했던 암호 "도라 도라"가 타전되듯 그 것을 대신해서 제2의 "도라 도라"가 타전됐던 것이다.
날이 밝자 일본의 "도라 도라"작전은 차츰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제일 영향력이 컸던 CNN방송에서 진주만이라는 언급이 사라졌고 미국관리들의 입에서도 펀드가 위력을 발휘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지의 유수 언론에서도 차츰 사라졌다. 인근 한국에서 조차 진주만이라는 말이 꼬리를 감춘 것을 확인 한 고 총리는 다음단계의 도라 도라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우리 일본은 맹방인 미국과 고통을 함께 하는 의미에서 긴급 구조대를 보내겠다"
그러나 2단계는 "정중히 사양하겠다"는 미국측의 요청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으로서는 제스쳐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사양하든 안하든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차츰 시간이 경과 하면서 미국을 예의 주시하던 일본은 "보복하겠다"는 미국측의 천명이 전해지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또 다시 3단계 작전으로 돌입했다.
"우리 일본은 미국을 돕기위해 자위대를 파견해서 함께 전투에 참가하겠다"
미국측의 반응을 기다리며 고 총리가 한가한 시간을 보내자 비서관은 또 하나의 서류를 슬며시 총리에게 건넸다.
"총리님 이제는 우리 자위대가 해외에서 전투도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법안을 다듬어야 하는 마지막 단계만 남았습니다. 이 일은 다소 시간이 걸려도 되는 일이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지켜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좀 쉬시지요."
미국과 전투를 함께 하면서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그 이면에는 어마어마한 음모가 숨겨져 있었다. 마지막 단계의 도라 도라 작전이 먹혀 들어가기만 한다면 일본의 육해공 자위대가 해외에서 전투도 가능해 진다. 다시 말해 이 것은 군사적으로 진주만을 예고없이 습격할 당시의 호전적인 일본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고 총리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비서관에게 물었다.
"자네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있는가? 모 처럼 한잔 하지."
그날 저녁 고총리 집에서는 고총리의 퇴근이 늦어지자 총리의 아내가 총리실로 전화를 했다. 그러나 총리는 자리에 없고 여비서의 낭랑한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총리께서는 국가 비상사태를 맞아 후지산 총본영 벙커에 철야근무중이십니다.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전화접속이 불가합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총리는 정보 담당 비서관을 대동하고 신주꾸의 야시런 술집에서 게이샤의 정중한 술대접을 받고 있었다.
"역시 당신은 언젠가 한번 총리를 해먹겠어. 꼭 어릴 때 나를 보는 것처럼 명석하고 재빠르단말이야... 자 간빠이!"'글과 함께 춤을 > 소설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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