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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뻥뚫린 슬레이트 지붕
    글과 함께 춤을/소설놀이 2013. 1. 26. 02:17

     

     

     

     

     

     

    "야 이눔아! 집값 물어내!저거 어떻게 할거야?"


    노인이 기골이 장대한 장병의 멱살을 잡고 올려다 보며 한 손으로는 지붕을 가리켰다. .
    김승기 일병은 어쩌지도 못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그 노인에게 멱살을 맞겨 놓아야만 했다.
    정말 난감한 일이었다.
    그는 이제 막 군대생활을 시작한 초년병이다. 자대 배치돼 낙하산 훈련 하는 날이었다.
    강풍이 불어 민들레 씨처럼 대롱대롱 낙하산에 매달려 가는데 그만 정신을 못차렸다.
    지상에 닿을 때를 대비해 밑을 내려다보고 공중이동을 해야 하는데 강풍에 시달리다 때를 놓치고 만 것이다.
    떨어진 곳은 외딴집 지붕이었다. 때는 한 참 새마을 운동이 진행될 때라 초가집이 모두 스레트 지붕으로 바뀌던 시절이다. 우지직하며 스레트지붕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한쪽 발은 지붕위에 한쪽 발은 구멍 난 속으로 빠져 버렸다. 낙하산 안장이 사타구니를 보호해 주어서 중요한 곳은 보호가 돼 다행이었다. 정신없이 얼마동안을 멍한히 있다가 발을 빼려고 구멍 난 지붕 아래를 내려다 보는 순간 김일병도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마루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노인 부부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점심을 함께 먹던 노부부는 날벼락을 맞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 보는 모습이 마치 놀란 토끼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허겁지겁 지붕에서 내려와 낙하산을 접어 산낭에 넣고 마루쪽 노부부에게 달려갔다. 그 때도 두 노인은 정신 없이 멍한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식사하시는데..."


    미안한 생각이 들어 김일병은 말 끝을 잇지 못했다. 얼마나 놀랐으면 한참을 미안하다고 말하는 동안에도 두 노인은 눈만 동그랗게 뜨고 할말을 잊었다. 그러나 이도 잠시 한동안 말이 없던 노인은 벌떡 일어나 김일병을 향해 젓가락을 던졌다. 그리고 맨발로 뛰어 내려와 김일병 멱살을 잡았다. 목청껏 소리소리를 질렀다.


    "야! 이눔아 지붕값 물어내! 당장 지붕 고쳐놔! 처음 고대로 고쳐놔! 니가 공수부대면 다야?"


    그 때 사고가 난 것으로 착각한 지역대장이 헐래 벌떡 달려왔다.


    "왜그러나 김일병?"


    김일병은 난감한 표정으로 지붕을 바라보았다.
    지역대장도 커다랗게 구멍난 지붕을 바라보더니 한동안 말을 잊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킥킥 대더니 웃음을 참으며 노인에게로 다가 섰다.


    "김일병 자네 다친데는 없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급히 집합장소로 구보!"


    지역대장은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노인을 달래야 했다. 지붕은 공병근무대 병사들이 맑금히 수리를 해주었다.
    김승기일병이 자대 배치돼 낙하산훈련을 처음 받던 날 생긴 사건이다. 그 일을 계기로 김일병의 고문관 짓은 계속 됐고 일병을 24개월 달며 여단 주임 일병 노릇을 했다. 여단 주임일병 제도는 공식적으로 없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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