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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운 나날
    글과 함께 춤을/산문놀이 2013. 1. 23. 00:35

    우리집 앞에는 조그만 세탁소가 있었다.
    주인은 온 동네 일에 간섭을 좋아하시는
    밉지 않은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가 어느 날 출근길에
    한마디를 던지신다.
    “그 집 구석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바쁜 출근 길 그 뒷말을 기다릴 길이 없어
    회사로 향했지만
    하루종일 세탁소 할아버지의 뒷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 할아버지는 “그 집 구석”을
    왜 그다지도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했는가?

    그날 저녁 세탁소에는 때 아닌 소주파티가
    벌어졌고 알통은 “내집 구석이 뭐가 그리 알다가도 모르겠습니까?”고
    따져 묻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말씀인 즉은
    “세상이 떠나갈 듯 싸우기도 하고,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온 가족이 마라톤 여행을 간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희희락락...“

    밀집된 단독주택은 아무리 방음장치가 잘돼있어도
    세대의 프라이버시가 보장이 안된다.
    하물며 3층에서 사는 가족은 온 동네에 노출된다.
    무슨 말씀인지 금방 짐작이 갔다.
    우리 가족은 결코 “조용한 가족”은 아니다.
    식구들 모두가 목청이 높아
    다정히 말을 해도 싸우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지만
    싸울라치면 “그집은 늘그래”하면서 지나치기도 한다.

    아파트로 이사온지 2년째-.
    그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세탁소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멀리 이사가 잊어진지 오래지만
    옆 짚 암캐를 기르던 아주머니의 찢어질듯한 목소리는
    여전히 들리는 듯 잔영이 남아 있다.
    “왠 동네 수캐새끼들이 다모여...아이고 지겨워”
    그 직후에 들려오는 재수 없는,
    아주머니의 작대기에 후려맞은 “수캐새끼”의
    깨갱 대는 소리도 여전히 들리는 것 같다. 

    물론 우리가족도 여전하다.
    “야! 민지야 살 안 뺄래. 진후는 게임 그만하고.
    어휴 지금이 몇신데 아직도 드라마만 보시고 계세요?”
    내 목소리다.
    “술 좀 그만 마셔... 건강하다고 막 마셔댈거야”
    이는 울 마눌과 장모님의 합동작전, 코러스다. 

     

    그리고  늘 아쉬운 것이있었다. 
    아니 소원이 있었다.
    “잔소리좀 그만 못해! 앙!”
    이 말 한마디, 마눌에 대한 절규,
    늘 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이 모두가 그리운 나날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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