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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山中)에서의 점심글과 함께 춤을/산문놀이 2013. 1. 25. 01:27
산중에서의 도시락 맛은 정말 꿀맛이다.
너무 맛있어서 반찬을 아껴 먹으려고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쪼개 먹을 정도니-.
산중에서 흥건한 땀을 닦고
군침을 미리부터 흘리며
도시락을 펼치던
그 어느날
새 한 마리가 보기에도 징그러운,
꿈틀대는 벌레를 물고 있는 모습이
마치 돋보기로 드려다 보는 것처럼 커다랗게 확대돼 다가선 적이 있다.
딱히 “밥맛 떨어졌다”할 정도로 식상한 것은 아니지만
젓가락과 숟가락을 잠시 내려놓았다.
그러나 잠시 후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다시 챙겨 들고 맛있는 식사를 계속한다.
웃음이 나온 이유는 숲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모든 생물들이
새를 예로 해서 생각해 보면
“왜 저 인간은 벌레 맛 떨어지게 징그러운 밥을 먹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무 역시 “사람이라는 인간은 참으로 이상해.
우리처럼 땅속에 입을 대고 맛있는 수분과 양분을
먹을 일이지 보기도 흉물스런 밥을 왜 먹어?”하며
저희들끼리 수군대는 것은 아닌지.
혹 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았다 해도
“저 사람 참 불쌍해. 변변치 않은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그것도 식사라고 맛있게 먹네?”하며
혀를 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로마가 망한 이유는
먹고 또 먹고
깃털로 간지럽혀 게워내고
또 먹고
풍요와 사치였다.
김치 무시래기 파겉저리
밥도둑은 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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