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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틀리에(atelier)글과 함께 춤을/산문놀이 2015. 6. 27. 01:11
2002년에 봉화로 귀농을 해서 어느덧 13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환경이 급격히 바뀌어도 내게 있어서
변치 않는 것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집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점이 그 중 하나다.
여기 저기 빈집이 많아서 빌려 쓰면 된다.
한해에 대략 쌀 한가마면 살(거주할) 수가 있다.
지금은 컨테이너 하나 사서 군청에 신고하고
농막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차하면 예취기, 엔진톱 등 농기계 챙겨 채워두고
세계 어디든 날아갈 준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내 집인 양 떠돈다. 말 그 대로 떠돌이다.
또 하나 그대로인 것은 번듯한 집은 없어도
회사에서 마련해준 원룸일지라도 아틀리에는
꼭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의도한 것은 결코 아닌데 살다보니
줄곧 오막사리 아니 오막사리 보다 더
작은 공간을 늘 지니고 다녔다.
작업공간이라고 해서, 아틀리에라고 해서
거창할 것도 없다.
문방사우 펼치면 예능공간이 되고,
술상을 펼치면 주막이 된다.
궁상맞게 속옷 꽤매는 바느질 공간도 된다.
하지만 비록 보잘 것 없는 느추한 공간이지라도
늘 내일을 기다리게 하며
가슴뛰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2013년 식구대학교 식물원(경기도 성남)에서
수목원전문가 공부할 때 1년간의 결산을위해
최종시험을 준비하던 공간이기도 하지만
문방사우와 꽃과 교감을 나누던 공간이다.
현재 풍기에 마련된 공간-. 택배 온 박스를 잘라
만든 필통에 벼루와 붓 한 자루, 초등생용 그림물통을
냉큼 얹어 놓은 것이 고작이다.
삼척 원룸에 마련된 공간=. 쉬는 날 바다에 나가
안주거리 잡아 회치면 여지없이
술 한잔했던 공간이기도 하다.
봉화에 처음 가서 빌린 집 사랑방에
차려 놓았던 공간이다.
SCUBA 놀이를 가기전에는 잠수도구를,
낚시 가기전날에는
월척의 꿈을 키우던 공간이며
왕희지를 꿈꾸던 공간이기도 했다.
친구집 꽃일을 도와주고 줄기가 떨어진 꽃을
버리기 아까워 가지고 와서 접시에 물넣고
띄워놓던 공간이다.
회사에서 마련해준 원룸구석에 마련한 공간이다.
쪽달님이 창문으로 엿보고 있다. (삼척)
정말 그럴듯해 보였던 작업공간이다. 공
간이 비좁아 출입문 바로 옆에
마련했다. 경북 영양-. 조지훈, 이문열 등
작가들 생가를 구경하러 휘젖고 다니기도 했다.
특히 조동탁 선생 축제 백일장에 생업 땡땡이 치고 나가서
부푼꿈을 안고 시 한편을 응모했더니 여지없이 낙방,
하도 아까워 몇군데 수리를 해서
한국크리스챤문학가 협회에 보냈더니
소박한 상과 함께 시인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주기도 했다.
봉화 토담집 공간을 떠나면서
컨테이너 농막 한구석에 마련했던
공간이다.
지금은 농토와 더불어 팔았고 인근 문양이라는 곳에
농막으로 컨하우스를 마련해 놓았지만
이사짐도 풀지 않았다.
풍기에서 2016년 2월까지 머물고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에는 먹고 자는 공간만 빼고 모든 공간을
아틀리에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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