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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음흉한 미소글과 함께 춤을/산문놀이 2015. 7. 22. 16:15
장미를 바라보면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장미는 왜 아름답고, 왜 향이 짙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제각각의 꽃들이 아름답고 향기로울 때는
나름의 공통된 전략이 숨겨있다.
벌과 나비, 그리고 기타 곤충,
아니면 새, 아니면 네발짐승 등을 끌어들여서
꿀을 주는 대신 꽃가루를 수정시켜 씨를 맺고
세대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장미에게는 해당사항을 찾을 수가 없다.
잘라서 말하면 장미의 씨는 번식에는 아무 쓸모가 없는
헛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카로운 가시는 어떻고...
그런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한 순간 뒤통수가 절로 처진다.
아하 그렇지!
장미는 오로지 사람과의 교감을 원했던 것이다.
가시를 피할 줄 모르는 지혜 없는 동물은 접근금지,
오로지 인간과의 교감을 원했던 것-.
요요요 교활한(?) 장미 같으니...
장미의 꺽꽂이 전략을 간략하면 다음과 같다.
장미는 자신의 아름다운 꽃과 향으로
인간을 자극해서 화병에 담아
가까이서 즐기도록 한다.
장미가 인간에게 시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강한 전략-.
시든 장미를 바라 본 인간은 측은함과 더불어
장미의 꽃과 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물 대신 흙이 담긴 그릇에, 아니면 화단에 꽂고
정성껏 돌보며 다음 해를 기약하도록 한다.
인간의 감성까지도 꿰뚫어 보고 있는 장미는
드디어 인간과의 교감에 성공한 것이다.
누가 식물에는 뇌가 없다고 호언장담 했는가?
인간의 관점일 뿐이다.
장미는 사람의 뇌와 입, 눈, 코 등을 뛰어넘는
고차원의 감각감지 능력을 지녔다는 생각이다.
장미는 지금도 자신을 정신없이 바라보는 나를 보고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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