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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은 가난한 친정보다 낫다!세상구경/산구경 2015. 10. 10. 19:12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먹거리가 모자라던 시절에도 가을산은 풍요로웠습니다.
봉화 물야에 있는 오전약수터 박달령에서도
가을은 풍요 그 자체였습니다.
이같은 풍요는 역우들의 드센 수렵채취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해 식탐을 여과없이 작렬토록 했습니다.
머루 다래 알밤 도토리...
적기출현 아니 다래나무 발견 소식에
Top Gun영화에서 화염을 뚫고 내리 꽂는 폭격기 편대처럼
숲속으로 줄줄이 사라지는 오리궁댕이 편대.
왕년 아시아 역도를 주름잡던 이강석의 둔탁한 발길질이
나무를향 해 작렬합니다.
폭발적으로 피어나는 낙엽의 네이팜화염.
우박 내리듯 우수수 떨어지는 다래파편.
숲속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
머리는 안보이고 궁댕이들만 난무합니다.
OB난 골프공 한개도 잃어버린적 없다는
승원이의 예리한 눈, 공짜라면 사족을 못쓴다는 부부도박단 영주내외의 두쌍의 눈, 숲속 어둠을 대낮처럼 밝히는 재구의
살아있는 조명탄, 헤드라이트 ,폭격에도 불구하고
아직 매달려 있는 다래도 내꺼다며 두팔 걷어 부치고 휘젖는
꺽다리 용찬이의 두손, 이들의 눈과 손을 피해갈 다래는
한톨도 없었습니다. 줍혀지는대로
한톨도 남겨지지 않고 호주머니 속으로 담겨졌습니다.
한동안의 소란도 잠시 한 움큼씩의 다래가 깊은 정속에 나눠지고 그맛에 흡뻑 젖어있는 박달령에는 다래 삼키는 소리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쪽에서 독백처럼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으니...
"가을산은 가난한 친정보다 낫다니까"
순간 여러 눈동자가 그 독백의 출처로 모아지는가 싶더니 폭발적인 웃음소리가 박달령을 뒤흔들었습니다.
천지가 진동할 웃음소리는 금년 동안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려지는 그런 웃음이었습니다.
볼록한 배를 쓰다드므시며 영관 형님이 씩 웃으십니다. 영관 형님 형수님친정 살림이 그토록 가난(?)했구나 싶더니 형수님이 얼매 불쌍해(?)보이던지...ㅎ
형수님 아버님은 학창시절 저희의 은사셨습니다. 저는 윤국병교수님께 화훼원예 3학점(필수선택)을 이수한 애제자(?)입니다.
그 영향으로 축산을 전공했으면서도 수목원전문가, 가드너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ㅎ
또 한편의 추억이 풍성한 가을 소백산자락 한 서고에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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