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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전 25시 그 작은 소설) "예비낙하산을 개방하라! 예비낙하산을 개방하라!"
    Nothing is impossible!/군대의 추억 2013. 1. 17. 13:31

     

     

     

    모질고도 힘든 지상에서의 공수훈련을 마쳤으면 어느 정도 안도의 순간을 맞을 수도 있겠으나 애석하게도 그 순간이 긴장의 출발선이다.

    낙하산을 지급 받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낙하산을 지급 받고 곧바로 탑승이 이어지면 좋으련만 비행기 한대로 강하를 하면 어쩔 수 없이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쉴 곳 없는 허허벌판 비행장, 햇빛이 내리쬐는 비행장에서의 지루한 시간이 이어진다.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가기 때문에 낙하산을 착용할 시간은 어김 없이 다가오고 이 때가 되면 옆 전우와 서로 면밀한 점검을 나눠야 한다,

     

     

    앞이 예비낙하산-.

     

     

    등에는 주낙하산, 앞에는 위에서 부터 예비낙하산,

    완전군장닉샥(30kg), 옆에는 총낭-.

    젊었을 때도 엄청 무거웠다. ㅎ

     

     

     

    그리고 군목이 "! 다함께 기도합시다!" 무사귀환 기도가 끝나면 비로서 ch-46 시누크든, c-123,아니면 c-130이든 줄줄이 탑승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잠깐-.

    ch-46 일명 시누크는 물론 헬기(uh-1h 포함)를 통상 지옥문이라 부른다.

    관광버스가 갑자기 내리막길에 접어들면 "허걱"하는 순간을 맞듯 헬기는 대략 6초간의 순간이 이어지기 때문에 강하자들이 그렇게 이름 붙인 것으로 추측된다.

    c-123 수송기는 이륙시에는 터보제트엔진이 가동돼 그 쇳소리, 제트엔진 소음이 기체내에서도 송곳처럼 파고든다. 이 때는 고막이 터질 우려가 있어 입을 벌리라고 고참들이 조언한다.

    c-130 일명 허큘리스(헤라클레스)는 이스라엘이 엔테배공항 인질구출 작전을 감행했을때 사용했던 수송기다. c-123에 비하면 안락한 것이 당시 민간항공기에  비유되기도 했다.

    아무튼 어느 수송기를 타든 내측과 외측 두줄의 의자가 기다린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고도를 잡아 비행이 계속되면 마주앉은 내측과 외측 강하자들이 아무말도 없이 눈만 반짝이며 마주 보게 된다. 가끔 건너편 강하자가 바짝 긴장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한동안의 비행이 끝나고 낙하조장(jump master)의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기체음에 섞여 울려퍼진다.

    "낙하지역 4분전! 외측문(혹은 내측문) 일어 섯!"

    이제부터 긴장의 연속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고리 걸어!"

    수송기 내에 있는 정박줄에 생명줄 고리를 거는 것이다. 그래야 집단 전술강하시에는 기체 이탈과 동시에 낙하산이 잡아끌어지면서 기체와 분리되는 것이다.

    "고리줄 검사!"

    고리를 정박줄에 걸었으면 고리가 제대로 걸렸는지 확인 하라는 낙하조장의 연속되는 지시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매 한가지인지 철거덕 거리는 소리가 그 요란한 기체 내에서도 소란할 지경이다. 사실 살짝 잡아당겨보면 금방 확인이 가능한 것인데도 긴장감 때문이다.

    또 다시 이어지는 낙하조장의 고함소리-. 낙하조장이 잘 들으려고 귀에다 두 손을 펴서 대원들을 향한다.

    "장비검사 보고!"

    맨 뒤쪽 대원부터 최종 점검을 하고 이상이 없으면 "이상무"를 외치며 앞 사람의 엉덩이를 손으로 친다. 신호가 차례로 맨 앞의 대원에게 전달되면 그는 이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해서 낙하조장에게 최종적으로 알린다.  

    "전원 이상무!"

    또 다시 이어지는 낙하조장의 고함소리-.

    본격적으로 비행기를 박차고 뛰어 내릴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문에 섯!"

     

     

     

     

    모든 대원이 꼬리를 물고 바짝 다가서고 맨 앞의 첫 번째 강하자가 기체 문에 양쪽 손을 대고 조장의 지시를 기다린다.

    여기에서는 낙하조장의 선택에 따라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가 있다.

    하나는 조장이 첫 번째 강하자로 나서는 경우 지상의 패널을 보고 먼저 뛰어 내리면 그를 뒤쫓아 박차고 나가면 된다.

    그러면 여기에서 또 잠깐 정말 "멋진 사나이" 박동만 중령이라는 사람을 소개한다.

    그는 재일교포로 6.25전쟁에 자원해 참전한 사람이다. 참전 용사로서 군생활을 계속해 온 그는 특수전사령부 공수훈련교육대 책임자로 근무한다. 필자는 생전 처음 그와의 만남을 잊지 못한다. 강하도 처음이고 비행기에서의 만남도 생애 처음이다.

    교육대장 때인데도 낙하조장으로 함께 탑승했던 그는 선두강하를 택했고 대원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애썼다.

    미소를 잃지 않았고 "나만 따라하면 돼"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기체문에 서서 지상표시를 살피다 뒤를 한번 힐끗 돌아보며 미소를 짓더니 이내 허공을 향해 박차고 나간다. 뒤의 대원들도 자신 있게 줄줄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조장의 선택이지만 마지막으로 점프할 경우는 맨 앞의 대원을 기체 문에 준비시키고 지상패널을 살펴 엉덩이를 손으로 처준다. 바짝 긴장하고 있던 첫 번 강하자가 기체 문을 이탈하면 그 뒤 대원들도 줄줄이 뛰어 내린다.

    기체를 이탈했다고 해서 모두 끝이 아니다. 정말 긴장된 순간은 기체 문 이탈 즉시, 이 때부터 시작된다.

    낙하산이 펴지기까지의 시간은 대략 헬기 6, 수송기 4초 정도가 일반이다.

     

     

     

     

    "일만 이만 삼만 사만 산개검사!"

    복싱선수가 펀치를 맞아도 눈을 뜨고 맞듯 이 때 눈을 감으면 절대 용납이 안 된다.

    등에서는 "다다다닥" 생명줄 풀리는 소리가 느껴진다. 미끄럼 타는 기분이 들 적도 있고 별안간 땅이 보였다 하늘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내 몸이 공중에서 회전을 하는 것인데 지동설이 아니라 천동설인 것이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땅과 하늘이 나를 감싸고 도는 것으로 착각이 드는 것이다.

    4초 정도가 지루하게(?) 지나가면 자연히,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산개검사"를 허공에 대고 외치면서 낙하산이 제대로 펴졌는지 순식간의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에 맞춰 지상에서는 고성능 앰프를 통해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산개검사를 하라! 산개검사를 하라!"

    악독하게만 들렸던 교관의 목소리가 달콤하게 들려질 때는 이미 낙하산이 제대로 펴진 상태다.

     

     

    사진 왼쪽 낙하산이 두개가 펴져있는 모습이다. 강하자가 겁쟁이라

     예비낙하산을 미리 개방한 것일까? 절대 아니다.

    그는 정말 훈련을 제대로 받은 대원이다. 자세히 보면 낙하산이 찌그러져있고

    그만큼 장력을 덜받아 일찍 지상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감투상은 주어야 하지 않을까...

     

     

    찢어진 낙하산-. 예비낙하산 개방은 당연.

    밑에 매달려 있는 것은 완전군장 강하시의 무장닉샥.

    30kg이 넘는 무장과 함께 지상에 떨어지면 무릎부상은 피할 수가 없어

    지상착륙전에 끈으로 연결해서 분리된 상태로 착륙한다.

     

     

     

    이 때 "예비낙하산을 개방하라! 예비낙하산을 개방하라! 예비낙하산을 개방하라!"는 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질 경우도 있다. 누군가 낙하산이 찌그러지게 펴졌거나 아니면 펴지지 않고 꼬리처럼 물고 떨어질 때 지상통제소에서는 오금저리는 순간이 이어지고 앰프소리가 요란해 지는 것이다. 실제로 유성처럼 정신 없이 떨어지는 순간 이 소리를 듣고 정신차려서 예비낙하산을 펴 목숨을 구한 대원도 있다.

    낙하산이 원만하게 펴져 안도의 한숨이 돌려지기도 전에 또 다시 긴장이 이어진다. 전후좌우 아래 위 사주경계를 철저히 해야 되기 때문이다. 공중에서 낙하산끼리 부딪힐 경우 한쪽 아니면 둘 모두 낙하산이 장력을 잃고 찌그러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혹 다른 강하자의 낙하산으로 발이 들어가 낙하산줄이 걸려 찌그러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예비낙하산이 있다지만 사전예방이 최선이다.

    지상통제소에서도 방송이 이어진다.

     

     

    공중에서 만난 두개의 낙하산-. 일면 정답게도 보이지만 아찔한 순간이다.

    부딪히면 하나 아니면 둘 모두 낙하산이 장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라!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라!"

    사주경계를 하면서 지상을 향해 내려오는 다소 지루한 시간이 이어진다. 그러나 불과 몇 초가 그렇게 느껴지는 것 뿐이다. 이 때는 아래를 살펴 강이나 호수, 산악, 고압선 등에 걸리지 않도록 공중이동을 해야 한다. 지상에는 없는 바람도 공중에서는 강풍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하염없이 떠나가는 민들레 씨처럼 되기도 한다.

    지상에 점점 다다르면 먼산을 보면서 다리를 한데 모아 앞꿈치가 붙은 "공수차렷" 자세로 힘을 빼고 착륙을 준비해야 한다. 공수훈련 받는 동안의 차렷자세는 앞꿈치와 두 무릎을 붙이는 자세가 차렸자세다. 지상 착륙에 대비한 평소의 훈련인 것이다. 다리를 벌리고 착륙하면 어김없이 골절상을 입는다. 지상을 내려다 보는 것도 피해야 하며 발끝 감각에 맡겨야 한다. 기체문 이탈시 땅과 하늘이 도는 것처럼 이 때도 몸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땅이 별안간 나를 향해 솟구치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바람의 방향과 전후좌우를 살펴 발끝부터 익히 익힌 접지순서대로 착륙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지하철 차량기지든가로 변했지만 당시 개화산

    DZ(drop zone 강하지역)-.

    멀리 한강 건너편 행주산성이 보이는 것 같다.

    이 때 옥수수나 참깨 등을 자른 예리한 것들이

    군화를 뚫거나 허벅지를 상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더욱 고약한 것은 농사거름을 저장해 놓은 똥통에 빠지는 일-.

     

     

     

    그러나 무사히 착륙해서 먼산을 바라 볼 겨를도, 한숨을 돌릴 겨를도 없다. 낙하산을 회수해서 산낭에 집어 넣기가 바쁘게 이를 짊어지고 지상통제소를 향해 달려야 한다. 양반걸음, 굼뱅이 걸음 용납이 안된다. 또 통제소에 도착했다고 해도 쉴 틈은 없다. 곧바로 통제관의 구령이 떨어진다.

    "앉아 쪼그려 뛰어 돌기 준비!"

    몇 번이고 반복해서 PT체조가 이어진다. 사실 이때의 피티체조는 기합이 아니다. 지상통제소에서는 이를 지켜보면서 대원들의 이상유무를 살피는 것이다. 긴장한 나머지 무심코 멀쩡하게 달려와서 쪼그려 뛰기 하다가 앞으로 꼬꾸라지는 경우를 목격했고 결국에는 후송돼 정형외과 신세를 져야 한 사람도 있다.

    통제관의 "해산" 소리가 떨어져야 대원들은 비로서 안도한다.

    비행고도에 달렸지만 낙하산이 잘 펴졌을 경우 대략 90(정확치 않음), 안펴졌을 경우는 불과 몇초 후에 지상에 닿는다. 이 때 당면하는 우발사태를 대비해 수 없는 반복훈련이 이어지는 것이다. 판단이 아니라 본능적인 대응을 위해 고된 훈련이 연속되는 것이다.

    무장강하와 산악강하가 포함된 강하훈련이 끝나야 비로서 은빛 윙이 주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 기본적인 자격이 주어졌다고 해서 검은 베레모와 특전휘장이 저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 이제 막 그 첫 걸음이 내디뎌 졌을 뿐-.

     

    ps) 군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빛바랜 사진을 정리했다.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다시 구성해 본것이다.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해 정확한지 모르겠다. 맞는다 틀리다 따지지 말고 재미로 한번 읽어 보시길 부탁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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