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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에서 내려다 본 다도해글과 함께 춤을/산문놀이 2013. 1. 26. 01:10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기려면 우리나라 남해안,
다도해만한 곳도 드물다는 생각이다.
옹기 종기 자리하고 있는 섬들과
그 섬마다에는 오르기에 적당한 산도 있고
멀지않은 뱃길에
발길 닿는 곳이 낚시터요 해수욕장이다.
바다가 길러내는 온갖 먹거리는 길손의 입맛을 철없는 어린아이로 만든다.
그러나 군침이 입안에 가득 돌기도 전에
먼 바다는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낯설지가 않을 뿐만 아니라
숨겨진 이야기들이 샘솟듯 솟아오른다.
조선팔도에서 산수를 좋아하는 그림꾼이라면
남도의 써래 산과 바다, 그리고 섬을 한번이라도 그리지 않은 사람 있었던가 물어 본다.
눈이 머문 곳은 곧 그림으로
언젠가, 어디에서인가 한두 번쯤은 꼭 봄직한 그런 정경인 것이다.
특히 보길도에 시선이 머무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런 일인지도 모른다.
글줄 좀 읽었다 하는 이 나라 사람이라면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하면서
고산 윤선도 어옹의 어부사시사를 한번쯤은 읊조려 보았을 터-.
스스로를 漁翁(호는 孤山 또는 海翁)이라 부르며
水·石·松·竹·月 다섯을 친구삼아
금쪽 같은 노래말을 남긴 사람-.
대략 필부와 비슷한 연배(52세~62세?)에
보길도에 머물렀었다는 사실 때문일까
희로애락이 뒤엉킨 형언키 어려운 단상이
머릿속을 맴돈다.
젊은 시절이야 귀향살이를 했었든 말았든
해남을 본관으로 보길도, 다도해에서 머무를 수 있었던
고산 윤선도 선생은
분명 출중한 사람이지만 행복한 사람이기도 했다..
유달산에 올라 다도해를 바라보며
까마득한 보길도쪽으로 눈길이 머문 이 필부 역시
행복하다는 생각에
인생 후반부에 몇 번쯤 더 이 곳을 찾을 수 있는 행운이
계속됐으면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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